뭐 해?

바다를 건너고 있어요.

얼굴에 인상을 긋고 서 있었다. 안개가 산속 골골에 몸을 움츠린 채 주둔해 있다 동편으로 해가 뜨자 햇살에 쫓겨 구비구비 산비탈로 내려가 시나브로 사라져 가는 걸 보고 있을 때였다.

음, 바다라. 살아있는 것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꿈틀거리는 바다가 되지. 고해라면 고해야. 그런데 명심할 건 네가 없으면 운명의 바다도 없다는 걸 알아야 해. 저기 저 처마 끝의 풍경을 보라고. 오늘도 허공의 바다를 유영하는 저 물고기를.

.....네?

바람과 파도가 없는 항해는 없다고. 우리는 모두 항해자(航海者)들이라고. 바람은 수시로 바뀌겠지만 너는 지금 이대로 이 몸 하나 가지고 평생을 살아야 한다고. 그러니 노를 젓는 거야. 배는 이리저리 기우뚱거리게 되어 있어. 그래도 배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면 다시 정신차리고 열심히 노를 저으면 등대를 만날 수 있다고. 그나저나 비바람 찬 서리 이 고통의 바다를 건너 어느 바다로 가려고?


사숙이 오줌을 다 누고 바지를 추스리고 법당 앞에 앉으며 말을 이었다.

.....네?

되묻는 사숙을 큰 눈으로 올려다 보다 아랫 입술을 지긋이 깨물었다. 가고자 하는 바다가 이 바다가 아니라면 그 바다, 천둥과 벼락이 없는 저 바다는 어느 바다란 말인가.

"네놈은 빨간 등대의 의미를 알아?"

"몰라요."

"빨간색 등대는 바다에서 항구를 바라볼 때 오른쪽에 장애물이 있다는 뜻이야. 그러니 배는 등대의 왼쪽으로 항해해야 한다는 신호지. 하얀색 등대는 왼쪽에 장애물이 있다는 뜻이지, 배는 바람을 안고 오른쪽으로 항해해야 한다는 표시. 노란색 등대는 주변에 장애물이 있으니 매우 조심해서 항해해야 할 구역이라고. 녹색 등대는 보이지 않는 암초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므로 절대 접근하지 말라는 신호야."

우리가 삶이라는 바다, 신대륙을 찾아가는 항해는 하루하루가 고역이지. 어쨌든 배가 항구로 들어설 땐 조심해야 한다는 사숙의 말에 존경의 눈빛과 함께 얼빠진 거처럼 푸우, 하고 한숨을 몰아쉬었다. 까칠하고, 원칙 하나 어기면 그냥 못 넘어가고, 작은 실수 하나에도 바로 지적하던 사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