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고양시노동권익센터 손용선 센터장-박재철 공인노무사...“직장 내 괴롭힘 ‘갑질’로 인식해야 개선될 것”

사회적 약자일수록 ‘괴롭힘’ 많이 당해
사업주·중간관리자 먼저 인식 바꿔야

특별취재팀 승인 2022.04.11 16:12 | 최종 수정 2022.04.11 21:59 의견 0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가장 최근에 개정된 것은 작년 10월이다. 약 10년 전 처음으로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개념이 근로기준법에 새롭게 도입된 이후 수차례 개정을 거쳐온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은 현재까지도 여전히 논의 중이다. 이 가운데 고양시노동권익센터에 접수되는 사건 중 3분의 1은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차지한다.

안타깝게도 회사에 괴롭힘 사건을 신고하더라도 실질적인 피해자 보호조치는 거의 없다는 것이 노무사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더욱이 사장이나 상무와 같은 경영진과 임원이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일 경우 회사 내에서 자체 조사로 드러나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야말로 신고를 하더라도 피해자만 남은 채 흐지부지 없던 일로 슬그머니 사라지는 것이 비일비재하다. 이에 고양시노동권익센터에 찾아 손용선 센터장(이하 손 센터장)과 박재철 공인노무사(이하 박 노무사)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고양파주투데이는 고양시노동권익센터를 찾아 손용선 센터장(사진 오른쪽)과 박재철 공인노무사(사진 왼쪽)를 만나 자세한 직장 내 괴롬힘 발생 원인과 개선방안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Q.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맡아보면 어떤 공통점이 발견되는가?

박 노무사 : 피해자들의 공통된 동기는 ‘억울함’을 풀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사업장 내에는 강경하고 제왕적인 독재자가 존재한다. 그리고 여론몰이를 통해 한 명을 괴롭히는 데 힘을 쏟는다. 그리고 피해자가 괴로움을 호소하면 ‘다 너 잘되라고 하는 말’이란 식으로 피해자를 기만하는 행태를 보인다.

피해자 연령층은 사실 너무도 다양해 공통점을 찾을 수 없다. 다만 대부분 나이가 어린 편인 20~30대 층이 많고, 중년층은 거의 없지만 다시금 60대 이상부터 피해자들이 속출한다. 여성 노동자의 경우 콜센터 직원들이 정말 많았다. 그야말로 사회에서 가장 약한 사람들이다.

Q.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가 가장 많이 호소하는 점은?

박 노무사 : 주로 폭언에 시달린다. 예를 들어 인사를 했는데 똑바로 안 한다며 소리를 지르거나 ‘사회생활을 못한다’라는 식으로 욕설보다는 개인의 명예에 심각한 상처를 주는 말에 시달린다고 호소한다.

Q. 직장 내 괴롭힘을 방지법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박 노무사 : 피해자에게는 실질적으로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피해자에 대한 보호도 잘 안 되고 무엇보다도 인정받기까지 증명해내는 과정이 너무도 어려운 것 같다.

손 센터장 : 아시다시피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은 완성된 법이 아니다. 통상적이라면 직장 내 괴롭힘이 있으면 웬만한 회사에서는 ‘사내고충처리위원회’와 같은 소통기구가 있다. 그런데 이 위원회에서 문제가 명백히 해결되느냐? 아니라고 본다. 게다가 노동부에서도 직장 내 괴롭힘을 이유로 사업장에 징계를 내릴 수 있는 뚜렷한 절차도 없다 보니 사내에서 고충 처리를 하라는 식으로 결론이 난다.

박 노무사 : 맞는 말이다. 일전에 직장 내 괴롭힘 사안에 대한 징계위원회에 참석한 일이 있었는데, 이미 그날 위원회의 시나리오가 짜여 있었다. 그야말로 실무자들은 가해자가 어느 정도 징계를 받고,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를 어떻게 해야 할지 회사에서 조사 이전에 각본을 모두 짜 놓은 것이다.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 위원회가 어떻게 질문하고 대답할지 이미 정해진 상태에서 진행된다. 노동청에서 최종 조사를 하더라도 5건 중의 1건만 인정받고 나머지는 모두 내사 종결로 끝이 난다.

Q. 사내고충처리위원회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조사하면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가?

박 노무사 : 대부분 사례에서 피해자는 심각한 타격을 입었음에도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미미하다. 최근 한 사례에서도 피해자는 더 이상 근로관계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폭언에 시달렸지만 정작 가해자는 시말서 한 장으로 징계가 마무리됐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실업급여 받고 좀 쉬었다가 이직하는 수밖에 없다.

박재철 공인노무사


Q. 직장 내 괴롭힘 사건 중 기억에 남을만한 사건이 있는가?

박 노무사 : 일산서구 덕이동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지역에서는 꽤 유명한 잡화판매장이었는데 그곳에서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장애인 한 분을 고용했다. 장사가 잘 될 때는 매장에서 그분(근로자)을 배려해주는 분위기였는데 코로나19가 터지면서 괴롭힘이 시작됐다. 그분이 화장실을 이용할 때면 사진을 찍고, 식사하고 있을 때는 식판을 엎어버리거나 물을 뿌려 식사를 못 하게 했다. 문제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수집된 증거가 없었다. 하지만 6세 정도의 지적능력으로 일관되게 진술한 것이 받아들여져 현재 장애인복지협회 변호사와 협업해 형사고소와 노동청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Q. 직장 내 괴롭힘에 대응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박 노무사 : 일단 직장 내 괴롭힘의 본질은 소위 ‘갑질’이다. 연세가 있으신 분들은 과거의 정서에 따라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신입처럼 젊은 분들은 판단에 미숙해서 증거 확보를 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증거가 없다면 직장 내 괴롭힘을 증명해 낼 방법이 없으니 사태가 더 악화하기 쉽다.

Q. 직장 내 괴롭힘이 아직 사회에 낯선 개념인가?

손 센터장 : 그렇다. 최근에 와서야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이슈가 되고 있지만, 과거에는 상사가 다소 고압적으로 말하는 방식이더라도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요즘 20~30대들은 그렇지 않다. 괴롭힘이라고 규정하는 접근방식도 달라진 생각 차이에서 발생한다고도 할 수 있다. 세상이 변한 만큼 당연히 없어져야 하는 것이 계속 남아 있는 것이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당연히 그렇게 대접을 받아왔으니까 40-50이 넘어서도 아랫사람에게 그렇게 대하는 것이다. 소위 ‘라떼는 말이야’라는 사고방식이 여기에 속하는 게 아닐까 싶다.

손용선 센터장


Q.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는 또 다른 원인은 뭐라고 생각하는가?

박 노무사 : 앞서 말한 내용에 비춰볼 때는 직장 내 괴롭힘의 피해자들은 조직문화에 적응하지 못한 분들이라고 볼 수도 있다. 회사는 이미 정착된 문화를 가지고 있고 근로자들이 들어왔을 때 근로자들의 잘잘못을 떠나서 어긋나는 부분들이 생길 수 있다. 예를 들면 여자 부하 직원에게 상사가 ‘커피 좀 가져와’라고 했을 때 이를 거절하면 그때부터 괴롭힘이 시작될 수 있다.

손 센터장 : 그런데도 우리가 피해자들을 조직문화의 부적응자들이라고 말할 수 없는데, 예를 들어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 문제를 사회가 아이의 잘못으로 돌리면 안 되는 것처럼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개인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이 학교 문화가 사회로 나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연장선에 있다고 본다. 과거 세대와 달리 한창 일할 20~30대들은 맞벌이 부모 밑에서 인간적인 교류를 주고받기보다는 사교육에 얽매여 살지 않았나 싶다. 교육방식에서 오는 응용력이나 사회성의 간극이 자신들의 부모뻘인 중년 세대와 효율적인 대화를 하기 어렵지 않으냐는 생각이 든다.

Q. 직장 내 괴롭힘을 방지하는 데 필요한 장치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박 노무사 : 일단 관공서나 대기업은 직장 내 괴롭힘에 대처할 수 있는 체계가 잡혀 있다. 공무원을 예로 들자면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면 다양한 전문기관을 불러 조사를 하고 공통된 사안들을 선별해 재조사를 한다. 노동조합이 결성돼 있거나, 연합 노조 위원장이 개입할 여지도 있으니 노동자의 목소리가 높아질 수 있다.

손 센터장 : 아직은 사회적인 인식 개선이 많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어떻게 보면 직장은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볼 수 있다. 직장은 사회와 달리 ‘직위’라는 특수적인 맥락이 더해져 더 많은 것을 요구할 수 있고 지시할 힘이 있다. 과거에는 성인지 감수성이란 개념이 없었지만, 지금은 성 비위 문제에 누구나 민감하게 반응한다. 직장 내 괴롭힘 또한 ‘갑질’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의식이 개선되지 않는 한 이러한 문제는 계속 발생할 것이다.

Q. 마지막으로 현 직장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박 노무사 : 뭐, 특별히 비장하게 각오할 것이 아니라 어쨌든 노동은 자신의 삶을 영위하는 것이니 직장 내에서 괴롭힘이 발생한다면 증거부터 확보해서 전문가를 찾아가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손 센터장 : 직장 내 괴롭힘을 비롯해 모든 노동 문제에는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현재 고양노동권익센터에서도 상공회의소에 찾아가 CEO를 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기본적인 노동법에 대해 강의를 한다. 고용구조나 인식 개선은 근로자들 대상뿐만 아니라 사업주나 중간관리자들도 마찬가지이므로 이들도 같이 바뀌어야 비로소 변화가 생길 것이다.

【고양파주투데이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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