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할 권리】동안거 일기 -1

혜범 작가/원주 송정암 주지 승인 2022.11.15 00:01 의견 0

사진 | 유성문 주간

붉은 달을 보았다.

‘동안거(冬安居)’란 음력 10월 15일부터 이듬해 1월 15일까지 3개월 동안 승려들이 외출을 금하고 참선을 중심으로 수행에만 전념하는 불교용어다.

안거(安居)의 산스크리트어 원어는 바르시카(varsika)로, 바르사(산스크리트어: varṣa, 팔리어: vassa), 즉 ‘비’에서 만들어진 말이다. 인도에서는 4월 16일 또는 5월 16일부터 3개월 90일간은 우기(雨期)여서, 불교도가 외출할 때 자신도 모르게 초목이나 작은 벌레를 밟아 죽여 금지된 살생을 범하게 되고, 또한 행걸(行乞)에도 적합치가 않아 그 기간에는 동굴이나 사원에 들어앉아 좌선수학에 전념했던 것이다. 이 우기의 수행을 안거(安居), 우안거(雨安居) 또는 하안거(夏安居)라고 하며, 일하구순(一夏九旬) 또는 구순금족(九旬禁足)이라고도 한다.

안거의 시작은 결하(結夏), 결제(結制)라 하며, 안거의 끝은 해하(解夏), 해제(解制)라고 칭한다. 동안거는 설안거(雪安居)라고도 한다.

근래에 와 굳이 이 전통을 따르는 건 동기부여의 의미가 있다. 철, 기한, 기간을 정함으로써 기도와 수행에 가행정진, 몰두, 집중해 몰입해 보자는 것이다.

보리심을 일으켜 삼학을 닦게 함.

들뜬 생각을 누르고 사업을 경계함.

삿된 견해를 배척하고 정견을 나타냄.

삼종을 회통하여 일종에 귀일하게 함.

돈점을 분간하여 영지를 나타냄.

큰 뜻을 세워 공안을 타파하게 함.

탁념을 버리고 묘명심을 일으키게 함.

일심에 의지해서 두 문을 열음.

이집을 파하고 삼공을 나타냄.

무명을 끊고 불성을 나타냄.

만법을 통섭하여 일심을 밝혀내겠습니다.

나는 어릴 때 외웠던 이 구절들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입제 때만 되면 생각나는 내용이다.

돈점을 분간하여 영지를 나타내고(揀頓漸 現靈知, 간돈점 현영지), 큰 뜻을 세우고 분발해 관문을 뚫어내려는(奮大志 透玄關, 분대지 투현관) 것이다. 큰 뜻이란 화두의 삼요인 대신심, 대분심, 대의심일 것이다.

이 겨울 그대들의 화두는 뭘까? 나의 화두는 지금 여기, 아프지 않고 잘 사는 것이다. 나름 동안거 기간 동안 죽은 화두를 산 화두로 바꾸려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놓았는데 입제 때부터 이태원 참사로 요동쳤다. 그리고 한참 자괴감에 빠졌다 나왔다.

앉으면 결제고 서면 해제지, 결제기간이 따로 있나? 아이고 이 산송장아, 이 절밥벌레야 하시던 노스님 얼굴이 떠오르는 안개 욱씬거리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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