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할 권리】초코파이

혜범 작가/원주 송정암 주지 승인 2023.01.17 09:00 의견 0

요양원에 갔더니 사형(師兄)이 치매에 걸렸단다.

손을 잡으니 누구세요? 묻는다.

내가 누군지 알았으면 내가 여기 왜 왔겠수?

내 초코파이 왜 안 내놔?

삼십 년 전에 먹은 거 토해줄까?

그때, 초코파이는 위대한 간식이었다.

돌아와, 별을 보자 숨이 거칠어졌다.

사진 | 유성문 주간

번뇌가 없으면 장애가 사라진다는 말이 맞다. 하여, 사형처럼 깨달음도 없어져 사형은 좋겠다, 했다. 나도 복잡하고 어려운 건 싫어진다. 단순한 게 좋다. 이번 겨울은 점점 더 굼떠졌고 혼술 혼밥의 횟수가 늘어났다. 그렇다고 삼겹살 구워 먹지는 않았다. 언제 유목, 표류의 날들에 점을 찍을 것인지. 한통의 전화도 하지 않았다. 가끔 오는 전화는 받았는데 안부를 묻는 전화였다. 찾아온다고 했는데 눈 때문에 올라오지 못한다고 오지 말라고 했다.

내가 쓰러진 적이 있던가. 새벽에 일어나 눈 쓰는 건 삼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매 한 가지다.

눈 쓸고 낯짝을 닦고 절구통처럼 맷돌처럼 앉았다. 내가 사형의 초코파이를 훔쳐먹었을까? 그러나 절구통은 쓰러졌고 맷돌은 어긋난 지 오래였다. 그때 일본에서 나보다 늙은 절도깨비로부터 전화가 왔다. 왜 스님만 안 주세요? 다 주는데. 응, 나는 원래, 줘도 못 먹어. 보내준 보시금으로 초코파이 서른 박스 요양원에 보냈어. 한 병실에 두 통씩 먹으라고. 이제 잡역부 노릇을 하지 못하니 백작노릇 할 때라고, 한참이나 낄낄거렸다. 그러자 땡초에서 땡중으로 승진했단다. 묘법(妙法)이다.

나의 수행방법은 아주 재밌는데, 마음을 일으키고 생각을 움직일 때 마음하고 생각하는 거다. 사형이 초코파이를 염(念)하듯 슬슬 죽음을 염불(念佛)하는 거다. 분별 집착이 일어날 때 곧바로 분별하고 집착하는 거다. 반드시 육근(六根, 眼耳鼻舌身意)으로 한다. 집착 갈애하지 않으면 정신을 잃는다.

육진(六塵, 色聲香味觸法) 경계에 접촉할 때 절도깨비의 말로만으로도 삼삼하다. 그러다보니 방안이 지저분해졌다. 어디를 발로 밟을까. 사형이 초코파이, 하도 초코파이 해서 귀가 잉잉거렸다. 껍질을 벗긴 초코파이는 참 달콤했는데. 내가 육근, 육진으로부터 출가한 적이 있던가. 내 안의 내가 나에게 문책한다. 그 많던 초코파이는 누가 훔쳐 먹었을까? 당신도 슬슬 정신 놓을 준비를 해야 할 거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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