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할 권리】 당신은 모르실 거야

혜범 작가/원주 송정암 주지 승인 2023.02.07 09:00 의견 0

당신은 모르실 거야

당신을 괴롭히는 모든 것,

당신을 짜증나게 하는 모든 것,

당신을 화나게 하는 것은

무엇이든 당신의 스승입니다.

괴롭히고 짜증나게 하고 화나게 하는 게

바로 당신이니까요.


# 내게 아포리즘을 매일 쓰게 하던 선배가 있었다. 앞으로 글을 쓰겠다 하니 누런 갱지 백 장을 사주고는 저녁공양후 산책 할 때까지 하루에 하나 씩 써오라는 거였다.

꽤나 나를 들들 볶아 먹었다.

야야, 법당 좀 치우거라. 느그 스승 오신단다.

법당은 깨끗했다. 그때 당시엔 쓸고 닦고,가 내 전문이었다. 다시 쓸고 닦았다.

선배는 그렇게 암자를 내게 맡기고 사흘간 들어오지 않았다. 헌데 스승님은 오지 않으셨다. 스승님이 돌아가셨다는데 내게는 전해주지도 않은 거였다.

슬프고 고통스럽고 기가 막혀 가서 가따부따 따졌다.

야야, 부처님이 너의 스승이지, 따로 스승이 어딨노? 바로 니가 내겐 큰 스승이다 일마야. 내 법당이기도 하고. 와, 불만있나?

......

왜 억울하나?

.....

억울하면 마 산을 내려가던가, 법당 가서 자살하던가. 꼬라지를 본께 깨닫기는커녕 절밥만 축내다 갈 거 같꾸만.

......

아님 처절하게 니가 너캉 싸워가 깨닫던가.

야야, 이 문딩아, 와 이리 오늘은 국이 짜노?

그리고 이십 년 후 찾아갔더니 누군교? 묻는다. 치매에 걸리신 거였다.

그렇게 혜은이의 당신은 모르실 거야, 를 노래 부르짖으시던 선배는 마지막까지 내게 투쟁하라 카던 나이가 나보다 스무 살이 더 많던. 살면서 한 번도 나는 그 선배보다 나이가 많았던 적이 없었는데 선배는 난 너를 몰러, 나는 그런 적 읎다꼬, 딱 잡아떼던 선배가 죽고 이십 년 후 이제 나는 선배보다 이제 딱 한 살 더 많아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이렇게 선배말마따나 절밥만 더 축내다 갈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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