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할 권리】 행복하세요?

혜범 작가/원주 송정암 주지 승인 2023.02.21 09:00 의견 0

잠 못 드는 이에게 밤은 길어라.

피곤한 나그네에게 길은 멀어라.

아아 생사의 밤길은 길고도 멀어라.

<법구경>

새벽아침부터 ‘행복하냐’는 느닷없는 전활 받았다(상대방의 의표는 불행하다는 의표일 것이다).

행복하시죠?

행복하죠. 불편해도 제가 하고 싶은 거 하고 사니까요.

.....열반하신 거예요?

저 아직 안 죽었어요.

수화기 저쪽에서 내 말에 킥킥대고 웃는다.

불교에서의 행복이라면 깨달음과 열반을 든다.

흔히 열반이라 함은 번뇌의 불꽃을 지혜로 꺼서 일체의 번뇌나 고뇌가 소멸된 상태, 즉, 무릇 탐욕(貪)의 소멸, 분노(瞋)의 소멸, 어리석음(癡)의 소멸로 완성된 깨달음의 세계를 의미한다.

한마디로 고통과 괴로운 상태 괴로움을 벗어난 상태를 행복한 상태로 치는 것이다. 산속에서의 최고의 행복은 그렇다. 그러나 세간에서의 행복은 많이 다르다.


법우님은 행복하세요?

예. ......저는 좀 그렇죠, 뭐.

......왜요?

사느라고 정신이 없네요.

문제가 생겨 잠 못 이루는 밤 때문에 밤을 지새우고 전화한 모양이다.

그게 최고의 행복 아닌가요?

수화기 저쪽에서 킬킬대고 웃는다.

법우님의 그 밤을 지샌 웃음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실 거예요. 어여 그 고통과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나시길요......

......예......

행복이란, 삶에서 충분한 만족이나 기쁨을 느끼어 흐뭇한 상태 즉 인간이 살아가면서 하는 모든 각자의 활동에 궁극적인 목적이라고들 한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삶을 사는가는 각자에 따라 다 다르다. 그러기에 개개인의 행복론도 다 다를 수 밖에 없다.

숟가락은 밥맛을 모른다, 이건 내가 예전, 이십 년 전에 펴낸 책의 제목이다. 如人飮水 冷暖自知(여인음수 냉난자지)라 했다. 찬 물인지 더운 물인지는 그 물을 마셔본 사람 스스로가 이미 잘 알고 있다. 놓고 두고 비우면 그 지옥에서 빠져 나올 수 있다.

마음의 감옥에서 해방되어야 그 어떤 경계에도 끄달리지 않는다. 보지 않고 듣지 않고 느끼지 못한다면 본 뜰 수도 없고 행복한 날들의 그림을 결코 그릴 수 없을 것이다. 뜨겁던가. 누가 이 세상을 화택(火宅), 불이 난 집이라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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