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초목이야기】바람

너도바람꽃, 남들보다 빨라야 했고 크게 보여야 했다

홍은기 온투게더 대표 승인 2023.03.08 09:03 의견 0
너도바람꽃 Eranthis stellata Maxim. 미나리아재비과 너도바람꽃속 여러해살이풀


바람꽃 계절이 돌아왔다. 봄바람 타고 말이다. 너도바람꽃부터 피기 시작했다. 곧이어 변산바람꽃, 나도바람꽃, 만주바람꽃, 꿩의바람꽃이 뒤따라 올 거다. 정작 종갓집 격이 되는 바람꽃은 7월 뜨거운 태양 아래를 수놓으니 아이러니하다.

바람의 신 제피로스 이야기가 이렇다. 플로라를 사모하던 제피로스가 꽃의 여신으로 만들어 주며 환심을 샀다. 그러다가 플로라 여종 아네모네까지 탐했다. 플로라는 여종을 꽃으로 만들었다. 바람 불고 바람나는 게 백지 한 장 차이일까 싶다.

너도바람꽃 보러 그동안은 천마산 팔현계곡, 화야산 큰골계곡을 찾았다. 올해는 명지산 귀목계곡으로 발걸음을 옮겨봤다. 사실 어디를 가든 안쓰럽기는 마찬가지지만 가상하다. 꽃을 일찍 피우는 이유는 단 한 가지, 남들보다 빨라야 했다.

꽃이 아주 작아서 그렇다. 꽃 사진이 접사 되어 보여 그렇지 2cm도 채 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고개까지 떨구고 있으니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하얀 꽃잎일 것 같지만 꽃받침이고 서클 모양의 노란색이 꽃잎이다. 남들보다 크게 보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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