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초목이야기】스커트

얼레지, 얼룩덜룩하니 조명이 비치는 잎사귀를 무대 삼아 춤 추는 발레리나

홍은기 온투게더 대표 승인 2023.04.05 09:00 의견 0
얼레지 Erythronium japonicum Decne. 백합과 얼레지속 여러해살이풀


역시 청평 화야산은 얼레지 천국이었다. 좀 이른 시간에 가서 아직 스커트를 걷어 올리지 않은 얼레지들이 많았지만 말이다. 그래도 얼레지 군무를 구경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백조의 호수 발레 공연을 보든 듯한 황홀경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얼레지는 꽃이 피었다 싶으면 어느새 한 점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그 DNA는 비늘줄기에 있다. 질 좋은 전분 덩어리라서 멧돼지가 코 박고 땅을 파헤칠 정도다. 그러니 얼레지는 꽃가루받이가 끝나자마자 사라져야 하는 거다.

얼레지는 땅속에서 비늘줄기로 7년을 버티고 나서야 처음으로 꽃이 핀다. 그러고 나선 여러 해 동안 6개 꽃잎이 만든 보라색 꽃으로 만날 수 있다. 화려한 꽃에 비해 가냘프기 짝이 없는 꽃대를 보고 있자면 어떨 때는 안쓰럽기까지 하다.

꽃대 올라오기 전부터 잎사귀 2장이 땅에 바짝 붙어 있다. 얼룩덜룩하니 조명이 비치는 잎사귀를 무대 삼아 춤 추는 발레리나가 얼레지다. 얼레지는 아침 햇볕이 드리우면 서서히 꽃잎을 열어 젖히고 햇볕이 약해지면 꽃잎을 닫아 버린다.

* 이 글은 '초목이야기' 블로그에서 더 많은 사진과 함께 만나 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고양파주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