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문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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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6 00:36 | 최종 수정 2023.07.09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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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이 이 모양인데 어디 마늘농사 짓겠나! 차라리 때려치우는 게 속이라도 편하지….”
지난 1일, 경남 창녕농협 농산물공판장에서 열린 건마늘 초매식. 첫 경매부터 농부들의 탄식이 쏟아졌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1㎏당 평균 5,395원이던 대서종 마늘 상품이 3,100원에 경락되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반토막’ 수준이다.
우리나라 마늘 주요생산지 가운데 하나인 창녕지역 마늘농사는 올 첫 출하를 앞두고 삼중고, 사중고를 겪었다. 종구값, 비료·농약대가 많이 올랐고, 수확 때 인력부족으로 인건비 또한 턱도 없이 올랐다. 게다가 수확기 잦은 비로 마늘 품위가 저하되었고, 최근 깐마늘 가격이 하락하면서 경매에 참여한 중도매인의 매기에도 영향을 미친 듯했다.
이래저래 농심은 토막이 나고 또 토막이 난다. 하지만 농심이 갈라지고 터진 것이 어찌 하루이틀의 일인가. 담배 한 개비로 시름을 달래는 농부의 시선은 멀리 마늘 수확 후 모내기까지 마친 논틀로 가뭇없이 뻗어간다.
한숨 깊은 공판장에서 그나마 눈길을 사로잡는 건 여성농업인들의 활기찬 모습이다. 트럭을 직접 몰아 출하에 나서고, 자전거로 오토바이로 공판장까지 달려와 여기저기 둘러보느라 여념이 없다. 다른 농부들의 출하 마늘을 꼼꼼히 살펴보고, 한눈에도 잘 빠진 놈들에게는 부러운 눈빛이 역력하다. 모든 생명을 키우는 어머니의 마음이야말로 농심의 본연이다.
단군신화에도 등장하는 마늘은 예로부터 ‘일해백리(一害百利)’로 불려왔다. 강한 냄새를 제외하고는 100가지 이로움이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강한 냄새’조차도 마늘을 마늘답게 할 뿐이거늘 어찌 ‘해(害)’라 하겠는가. 아니다. 농사 그대로가 애시당초 ‘해(害)’를 받아들이며 ‘이(利)’를 기르는 일인진대 어찌 몇 ‘해(害)’, 몇 ‘이(利)’로 헤아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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