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초목이야기】험지

산부추, 마치 한밤중에 불꽃놀이 구경하듯 설렘이 있다

홍은기 온투게더 대표 승인 2023.11.29 09:00 | 최종 수정 2023.11.29 11:42 의견 0
산부추 Allium thunbergii G. Don 백합과 부추속 여러해살이풀


산부추를 볼 때마다 마치 한밤중에 불꽃놀이 구경하듯 설렘이 있다. 바람 부는 산비탈에서 느닷없이 만나게 되는 산부추라서 더욱 그렇다. 이런 곳에 꽃이 필까 싶지만서도 산부추는 가녀린 몸뚱이를 흔들어 댈 뿐이 말이 없다. 산부추는 언제 어디서나 기품이 있어 보였다. 험지인데도 절대 누추한 모습을 내비치지 않았던 거다.

한양도성 순성길 걷다가 생각지도 않게 산부추를 만났다. 인왕산 정상 삿갓바위 바로 아래에서 한두 송이, 순성안내쉼터에 이르러서는 무더기였다. 도봉산 주능선이나 삼악산 정상 바위틈에서 간혹 볼 수 있었던 산부추를 말이다.

그래서 인왕산에서 만난 산부추는 참산부추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산부추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험지 출마가 대통령 뜻이라던데 그러면 앞길이 탄탄대로처럼 열리기라도 한다는 말인지 잘 모르겠다. 아무리 험지에 출마한다고 해도 이게 산부추인지 참산부추인지 알아볼 수 있는 건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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