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초목이야기】노상
다른 나무에 기대어 사는 운명이지만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노박덩굴
홍은기 온투게더 대표
승인
2023.12.06 09:00 | 최종 수정 2023.12.12 09:13
의견
0
노란 껍질 속 빨간 열매, 한번 보면 그냥 지나치기 쉽지 않다. 한줄기 꺾어 책상 위에 올려다 놓고 싶을 만큼 강렬하다. 지금 노박덩굴 열매가 꽃보다 예쁘다. 바야흐로 노박덩굴의 시간이다. 그런데도 처음 본다는 반응이 많다.
사실 7년 전만 해도 노박덩굴이 처음이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때 큰 병을 알게 됐고 치료하면서 친해진 노박덩굴이라 인연이 깊을 뿐이다. 꽃은 져서 온데간데없고 잎마저 다 떨어져 스산한 마음을 노박덩굴 열매가 채워줬던 거다.
노박덩굴 열매는 늦가을을 지키다가 한겨울까지 길게 버티기도 한다. 새들이 좋아할 만한 일이다. 새들이 열매를 먹고 씨만 배출하니 노박덩굴 또한 번식에 유리하다. 겉으로는 과육 같으나 가종피 假種皮라서 배출이 더 잘 된단다.
'노박'을 '노상'의 강원도 사투리로 본다. 언제나 변함없이 한 모양으로 줄곧이라는 뜻이다. 이게 쉽지 않은 일일진대 노박덩굴은 그래 왔을 것 같다. 다른 나무에 기대어 사는 운명이지만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노박덩굴이라 그렇다.
* 이 글은 '초목이야기' 블로그에서 더 많은 사진과 함께 만나 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고양파주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