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할 권리】 달을 삼킨 개구리

혜범 스님/원주 송정암 주지 승인 2024.02.27 09:00 의견 0

어릴 때 큰 절에 살 때 노스님을 모셨다.

그걸 시봉이라 했다. 내가 방귀를 뽕 뀌면 <개구리 밟았냐?>하셔서 우리는 웃었다. 노스님은 시니컬하셨다.

<스님, 도(道)가 뭐예요?>

<사는 거지.>

<치이, 그게 무슨 도에요?>

시봉은 커녕 노스님이 나를 돌봐주셨다. 나는 노스님에게 초발심자경문을 배웠다.

<너. 우물 안 개구리는 강을 알지 못하고, 여름 벌레는 겨울을 모른다(井蛙不知江河, 夏蟲不知冬節). 이게 무슨 뜻인지 알겠느냐?>

<.....몰라요.>

<장자에 보면 이런 구절이 있다. 우물안 개구리가 바다에 대하여 말할 수 없는 것은 지금 살고 있는 곳에만 매달려 있기 때문이고, 여름 벌레가 얼음에 대하여 말할 수 없는 것은 여름에만 살기 때문이며, 설익은 수행자가 도에 대하여 말할 수 없는 것은 경전에만 묶여 있기 때문이다(井蛙不可以語于海者 拘于虛也. 夏蟲不可以語于氷者 篤于時也. 曲士不可以語于道者 束于敎也. 장자의 秋水 中).>

<그래서 어쩌라구요?>

<이놈의 짜식이 달을 삼키랬더니.>

노스님이 까불대는 내 머리통을 지팡이로 살짝 치셨다.

<아파요.>

<야, 이놈아. 아프라고 때렸다. 우물 안의 개구리(井底之蛙)새끼야. 아프라고 때렸는데 안 아프면 으쩔거냐?>

<.....>

나는 그때 오만상을 찌푸렸다.


산책을 하고 있었는데 뱀이 개구리를 잡아 입에 삼키고 있었다. 그때 나는 개구리의 비명소리에 돌맹이를 들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개구리의 비명소리를 들었다.

<안 된다.>

<네?>

내가 돌멩이를 들어 뱀을 치려 했을 때 노스님은 단호히 소리쳤다.

<네가 정녕 개구리를 살려주고 싶다면 너를 죽여라.>

<네?>

노스님의 말씀이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몰랐다. 그제야, 뱀을 돌로 치면 개구리는 살겠지만 뱀은 굶을 것이었다. 그리고 뱀도 다칠 거였다. 돌멩이를 든 내 손이 무추름해졌다.

<야,이 깨구리새끼야. 언제까지 절밥, 시주밥이나 축내며 깨굴깨굴 댈 건데? 이 깨굴딱지야. 그 우물 안에 있는 달은 도대체 언제 삼킬 거냐고?>

<....우물 안이 더 좋아요.>

<날이 추워진 후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나중에 시듦을 알게 되겠지(歲寒然後 知松柏之後凋也).>

<스님.> <와?> <저 깨구리 새끼라서 겨울을 몰라요. 추운지 어떤지....>

<아이고 이 깨구락지야. 언제 그 우물 속에 서 벗어나려나.坐井觀天)?>

노스님이 다시 휘두르셨다. 나는 살짝 피했다.

<피하라고 천천히 휘둘렀다.>

<크으.>

한동안 내가 들었던 돌멩이를 앉을뱅이 책상 위에 두고 마음을 앓곤했다. 우물 안 인가, 우물 밖인가. 달을 어찌 삼킬 지를 두고. 저 언덕 넘어로 봄이 다시 또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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