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서정시의 계보를 잇고 있는 시인 전윤호가 첫 우화집 『애완용 고독』(달아실 刊)을 펴냈다. 달아실출판사의 <철학이 있는 우화 시리즈>로서 최승호 시인의 『눈사람 자살 사건』에 이어 두 번째 우화집으로 나왔다.
이번 우화집은 ‘조진을 씨’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한 27편의 에피소드를 싣고 있다.
우화집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조진을 씨는 외계에서 온 이방인인데 그가 지구에 온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애완용으로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우는 대신 “슬픔, 가난, 고독, 침묵”을 키우고 있는 조진을 씨는 시인, 작가, 번역가 등으로 위장하여 살고 있고 주변 사람들은 그를 이상하고 수상하지만 마음은 여린 사람쯤으로 생각하는데, 당국에서는 그를 위험인물로 수배 중에 있다.
이런 이상하고 수상한 조진을 씨를 중심으로 한 27편의 에피소드를 통해 시인 전윤호가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일까. 그는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얘기한다.
“이것은 지구인도 아니고 사람도 아닌, 그냥 어딘가 존재하는, 어쩌면 지금은 소멸해버렸을지도 모르는, 어느 날 문득 이 별에 떨어진 이방인―이상한 조진을 씨―에 관한 수상한 이야기이다. 조진을 씨는 ‘왜 나는 살아 있는가?’란 의문보다 더 오래 살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고 묻기엔 이미 다 살아버렸다. 그럼 이제 조진을 씨는 죽어야 할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다른 별로 점프해야 할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혹여 슬픔과 고독과 가난을 애완용으로 기르고 있는 조진을 씨를 만나거든 더 이상 무시하지도 무서워하지도 마시라. 무작정 피하지 말고 한번 피식 웃고 가던 길 가시라. 그는 단지 가난한 시인일 뿐이니까.”
작가의 말에 따르자면, 조진을 씨는 “지구인도 아니고 사람도 아닌 경계인,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투명인, 슬픔과 고독과 가난을 애완용으로 기르고 있는 별종인”인 셈인데, ‘조진을’이라는 이름에서 은연 중 드러나듯이 결국 지금 이 사회를 살고 있는 ‘을’들에 관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철학이 있는 우화 시리즈>를 기획한 박제영 편집자는 이렇게 말한다.
“전윤호 시인의 우화집 『애완용 고독』은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소수점 이하의 인간’ 혹은 ‘잉여 인간’에 관한 이야기이다. 정부에서 집계하는 많은 통계에서 소수점 이하를 볼 수 있는데, 정부가 통계를 발표할 때는 편의상 소수점 이하는 절삭해서 발표하기 마련이다. 이렇듯 우리 사회에서 언제나 아무렇게나 절삭될 수 있는 잉여의 인간을 전윤호 시인은 ‘조진을 씨’로 명명한 것이다. 분명 공존하는 존재이지만 보이지 않는 투명인간, 그래서 언제든 이 사회에서 삭제될 수 있는 약자들에 대한 질문이다. 우화집을 읽으면서 하냥 웃을 수도 없고 마냥 울 수도 없었던 까닭이고, 누구든 한 번은 꼭 읽어야 하는 까닭이다.”
더불어 사는 존재로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되돌아보고 살펴봐야 할 것은 무엇인지? 곰곰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세계 시민의 일원으로서 꼭 한번은 읽어봐야 할 책이다.
끝으로 전윤호 시인의 첫 우화집 『애완용 고독』은 우화집이면서 또한 시집이기도 하다. 각 우화마다 동일한 주제로 쓴 시를 함께 싣고 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원 플러스 원”이라고 하겠다.
시인 전윤호는
강원도 정선에서 태어나 1991년 《현대문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정선』, 『이제 아내는 날 사랑하지 않는다』, 『순수의 시대』, 『연애소설』, 『늦은 인사』, 『봄날의 서재』, 『슬픔도 깊으면 힘이 세진다』 등의 시집을 냈다. 시와시학 젊은시인상, 한국시인협회 젊은시인상, 편운문학상을 수상했다.
■ 달아실 펴냄 / 값 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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