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마른 물고기】11 - 누가 든 지팡이가 주장자란 말인가?

혜범 작가/원주 송정암 주지 승인 2021.11.08 19:12 | 최종 수정 2021.11.08 19:21 의견 0

“주장자(拄杖子)를 알면 일생 동안 참구(參究)해 배우는 일이 끝난다. 천둥 치는 한 소리에 천지가 무너지고 천문(天門)과 만호(萬戶)가 모두 활짝 열릴 것이야.”

동암(東庵) 스님이 말했다.

“주장자를 알면 쏜살같이 지옥에 들어가리라.”

서암(西庵) 스님이 주장자를 바로 세우고 높이 들더니 바닥에 '쿵쿵' 치며 소리쳤다.

“다, 개수작이다. 주장자가 용이 되어 건곤(乾坤)을 삼킨다고? 그렇다면 산하대지(山河大地)는 어디서 생겼단 말인가? 저것들은 주장자라 부를 수 없느니라. 칠통(柒桶)이다, 칠통. 아, 참(參)!”

중암(中庵) 스님이 ‘칠통(柒桶)이다, 칠통. 아, 참(參)!’ 부분에서 악을 쓰며 소리쳤다.

학인(學人)은 ‘...모르겠습니다(不識). 달 속의 계수나무를 베어다 만들어드린 게 아니라 그저 저는 연수목(延壽木, 수명을 연장해준다는 나무)으로 지팡이를 만들었을 뿐입니다’ 할 뿐이었는데, 산속을 헤매며 감태나무 지팡이 감을 찾아 헤맬 때 학인은 이런 상황은 전혀 상상치도 못했던 것이다.

“그러면 묻겠다” 하시며, 동암 스님이 주장자를 땅바닥에 휙 던졌다.

“이 주장자를 톱이나, 도끼나 손을 대지 말고 짧게 만들어 보아라!”라고 말했다. 학인은 그렇게 머리를 싸 동여매고 공부를 했건만 어떻게 하여야 할지 생각이 나질 않았다.

서암 스님과 중암 스님이 주장자를 오른쪽 어깨에 비껴 메고 대답을 하지 못할 시 마치 내려칠 듯한 얼굴로 바라보고 계셨다. 천하의 선객들 사이에 선 학인은 한숨을 포옥 내쉬었다.

그때 고민고민하던 학인은 동암 스님의 앞으로 나가 삼배를 올리고

가장 키가 크신 중암 스님의 크고 긴 주장자를 받아 가장 키가 작으신 동암 스님이 땅바닥에 던지신 그 주장자 옆에 가지런히 놓았다.

순간,

“가까이 오너라. 가까이 오너라.”

노스님들께서 말씀하셨다.

으그, 노스님에게 주장자로 머리를 된통 한 방 맞을 줄 알고 움찔움찔하며 다가갔는데 노스님들께서 박수를 쳐주시더니 호주머니에서 바나나 우유 하나와 호일에 쌓인 김밥 한 줄씩을 내밀고 ‘우리가 졌네, 우린 오늘 점심 굶어야 되네’ 하시는 것이었다.

“......”

세 노스님이 ‘맛나게 먹어라. 그럴 자격 있다. 장단상교(長短相較, 길고 짧은 것은 분별, 비교에서 나온다)를 알다니’ 하고는 낄낄대며 돌아서서들 가시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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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 정운자/시인ㆍ수채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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