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서로 세상읽기】 디아스포라의 삶과 꿈, <파친코>

김위영 산업번역 크리덴셜 대표 승인 2022.04.18 09:00 | 최종 수정 2022.04.19 11:52 의견 0

“In America, there is no such thing as a Kankokujin or Chosenjin. Why hell would I be a South Korean or North Korean? That makes no sense! I was born in Seattle, and my parents came to the States when there was only one Korea.” she’d shout, relating one of the bigotry anecdotes of her day. “Why does Japan still distinguish the two countries for its Korean residents who’ve been here for four fucking generations? You were born here. You’re not a foreigner. That’s insane.” ㅡMin Jin Lee, Pachinko, P482

“미국에서는 강꼬꾸징(한국인)이니 조센징(조선인)이라는 게 없다. 왜 내가 남한사람이나 북한사람이 되어야 하는 거야? 말도 안 돼! 난 시애틀에서 태어났어. 우리 부모님은 조선이 분단되지 않았을 때 미국으로 왔고.” 그녀가 그날 하루 동안의 편협한 일화를 이야기하며 소리쳤다. “왜 일본은 자기 나라에서 4대째 살고 있는 조선인들을 두 나라의 국적으로 구분하려고 드는 거야? 넌 여기 일본에서 태어났어. 외국인이 아니라고! 이건 완전 미친 짓이야.” -이민진 <파친코> 중에서

Apple TV+ 드라마 <파친코>

최근 Apple TV+를 통해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파친코>가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파친코>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선정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이다. 원작자 Min Jin LEE(이민진, 1968~ )는 뉴욕에 살고 있는 한국계 미국인(Korean American)이다. 일곱 살 때 부모님과 함께 서울을 떠나 뉴욕 퀸즈(Queens)에 정착했다. 퀸즈는 미국에서 LA 다음으로 한국인이 많이 사는 도시이다. 이민진 작가는 예일대학교 역사학과를 졸업하고 로스쿨에 진학하여 변호사로 활동했으나 몸이 아파서 그만두고 소설을 쓰는 작가로 변신했다고 한다. 지금은 전업주부이며, 남편이 일본인이다. 2008년 첫 장편소설인 <Free Food for Millionaires(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를 발표했으며, 이 책으로 여러 상을 수상했다.

이민진(1968~ )

◆ <PACHINKO(파친코, 2017)>

이민진 작가가 남편을 따라 일본에서 4년간 살면서 한국말을 거의 하지 못하는 한국계 미국인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출신이라는 이유로 일본에서 심한 차별을 받은 것이 작품을 쓰게 된 동기라고 한다. 수많은 사람을 만나 인터뷰한 경험을 바탕으로, 차별받는 일본사회에서 한국인이 진출할 수 있는 그나마 ‘자유로운 길’이 파친코(슬롯머신, 돈을 주고 구입한 구슬을 기계 장치로 튀겨 구멍에 넣은 후 그림의 정해진 짝을 맞추면 일정 액수의 돈이 나오는 도박 게임) 사업이라는 사실을 알고 이 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_작품의 줄거리

일본의 지배를 받기 시작한 조선조 말 부산 영도에서 시작해 일본과 미국을 배경으로 1910년~1989년에 걸쳐 선자 가족 4대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부산 영도에서 하숙집을 운영하는 주인공 선자의 부모 훈이와 양진, 두 남자 한수와 이삭을 사랑한 선자, 선자와 한수 사이에 태어난 노아, 선자와 이삭 사이에서 태어난 모자수(모세의 한자를 일본어로 부른 이름)와 모자수의 아들 솔로몬을 중심축으로 한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다.

_주요 등장인물

선자- 부산 영도에서 하숙을 하는 어부의 아들로 다리가 불편한 언청이 훈이와 돈을 받고 결혼한 양진의 유일한 딸이다. 처녀 때에 생선중개인 한수를 사랑해 임신을 한다. 그러나 한수가 일본 여자와 결혼한 세 딸의 아버지인 사실을 알고 헤어진다.

한수- 장인인 일본 야쿠자 두목으로 인해 야쿠자가 된다. 선자와 헤어지고 일본에서 어려운 삶을 사는 선자를 도와준다.

이삭- 평양의 부유한 집안 출신으로 일본에 있는 형인 요셉을 찾아가는 길에 부산에서 양진이 운영하는 하숙집에 머물다 선자가 남편 없이 임신한 사실을 알고 결혼을 제안한다. 신사참배를 거부하다 감옥에서 고생하고 그 후유증으로 일찍 사망한다.

노아- 철저하게 일본인이 되고자 공부에 매진해 와세다대학에 들어갔으나 친부 한수가 야쿠자인 사실을 알고 자살한다. 키워준 아버지 이삭이 죽은 후에도 항상 이삭의 무덤을 방문한 사실을 나중에야 선자가 알게 된다.

모자수- 모세의 한문을 일본어로 부른 이름이다. 어려서부터 차별에 반항하고 파친코 사업으로 성공해 돈을 많이 벌었고, 아들 솔로몬을 미국으로 보낸다.

솔로몬- 모자수의 아들로 어려서부터 외국인학교에 다니고 미국 유학을 했으나, 차별로 인해 아버지의 파친코 사업으로 돌아온다.

History has failed us, but no matter. --P3

역사가 우리를 망하게 했지만 문제가 안 된다.

He loved his child the way his parents had loved him, but he found that he could not deny her anything. Sunja was a normal-looking girl with a quick laugh and bright, but to her father, she was aa beauty, and he marveled at her perfection. Few fathers in the world treasured their daughters as much as Hoonie. who seemed to live to make his child smile. --P10

훈이는 자신의 부모가 자신을 사랑했듯이 딸아이를 사랑했다. 그녀에게 무엇이든 다 해주고 싶었다. 선자는 정상적인 아이였으며 잘 웃고 밝은 아이였지만 아버지에게는 아름답고 완벽해서 감탄의 대상이었다. 세상의 다른 아버지들 중 훈이만큼 자신의 아이들을 보물처럼 다루는 사람은 없을 것이며, 마치 아이가 웃도록 하는 것이 사는 목적처럼 보였다.

In the winter when Sunja was thirteen years old, Hoonie died quietly from tuberculosis. At his burial, Yangjin and her daughter were inconsolable. The next morning, the young widow rose from her pallet and returned to work. --P10

선자가 열세 살 되던 겨울에 훈이는 결핵으로 조용히 죽었다. 장례식에서 양진과 딸은 슬픔을 참을 수 없었다. 다음날 아침, 젊은 미망인은 잠자리에 일어나 일터로 돌아왔다.

Her mother- in-law had explained that you had to be very good to the lodgers: There were always other places for workingmen to stay. She explained, “Men have choices that women don’t.” --P13

양진의 시어머니는 하숙인들에게 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노동자들이 머물 다른 정소는 항상 있다. 그녀는 “남자는 여자가 갖지 못한 선택을 가졌다”고 말했다.

Whether China capitulated or avenged itself, the weeds would have to be pulled from the vegetable garden, rope sandals would need to be woven if they were to have shoes, and the thrieves who tried often to sreal their chickens had to be kept away. --P14

중국이 항복하건 복수를 하던 간에 잡초는 텃밭에서 뽑아내야 했고, 헤진 짚신은 신으려면 꿰매야 했으며, 닭을 훔치려는 도둑은 쫓아내야 했다.

Sunja nodded as he spoke, trying to remember his every word, to hold on to his every image, and to grasp whatever he was trying to tell her. She treasured his stories like the beach glass and rose-colored stones she used to collect as a girl. --P47

선자는 한수가 이야기하자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의 말을 모두 다 기억하려고 애썼다. 그의 모습을 모두 다 간직해두고, 그가 하는 말을 이해하려 했다. 선자는 어렸을 때 모으곤 했던 해변 사금파리와 예쁜 돌멩이처럼 한수의 이야기들을 보물처럼 간직했다.

One bad Korean ruins it for thousands of others. And one bad Christian hurts tens of thousands of Christians everywhere, especially in a nation of unbelievers. --P94

나쁜 조선인 한 명이 수천 명의 다른 조선인을 망쳤다. 어디에서나 한 명의 나쁜 기독교인이 수많은 기독교인들에게 상처를 준다. 특히 불신자들의 나라에서는 더하다.

“A woman should always have something put by. Take good care of your husband. Otherwise, another woman will. Treat your husband’s family with reverence. Obey them. If you make mistakes, they’ll curse our family. Think of your kind father, who always did his best for us.” --P104

“여자는 항상 저축을 해야 한다. 남편도 잘 돌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여자가 빼앗아 간다. 시댁을 존경하고 그분들에게 복종해라. 네가 잘못하면 시댁이 우리 가족을 저주한다. 항상 우리를 위해 최선을 다했던 친절한 너의 아버지를 생각해라.”

“Your home is with your husband,” Yangjin said. This was what her father told her when she married Hoonie. “Never come home again,” he’d said to her, but Yangjin couldn’t say this to her own child. “Make a good home for him and your child. That’s your job. They must not suffer.” --P104

양진이 말했다. "너의 집은 남편과 함께하는 것이다." 이것은 그녀가 훈이와 결혼할 때 아버지가 한 말이다. “다시는 집에 오면 안 된다.” 아버지가 양진에게 했던 말이었다. 하지만 양진은 그녀의 유일한 자식에게 이렇게 말할 수 없었다. “아이하고 남편을 위해 아늑한 가정을 꾸며야 한다. 이것이 네가 할 일이다. 남편하고 자식이 고통 받지 않게 해야 한다.”

For every patriots fighting for a free Korea, or for any unlucky Korean bastard fighting on behalf of Japan, there were ten thousand compatriots on the ground and elsewhere who were just trying to eat. In the end, your belly was your emperor. --P195

자유로운 조선을 위해 싸우는 모든 애국자나, 일본을 위해 싸우는 재수 없는 조선인 개자식이나 여기저기 단지 먹으려 애쓰는 만 명의 동포들이 있다. 결국에 너의 배가 너의 황제이다.

Above all the other secrets that Nora could not speak of, the boy wanted to be Japanese. --P196

노아가 말할 수 없는 모든 다른 비밀보다도 노아는 일본인이 되길 원했다.

Patriotism is just an idea, so is capitalism or communism. But ideas can make men forget their own interests. And the guys in charge will exploit men who believe in ideas too much. You can’t fix Korea. --P254

자본주의나 공산주의와 마찬가지로 애국주의는 단지 이념이다. 하지만 이념은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의 이익을 잊어버리게 할 수 있다. 너는 한국을 고칠 수 없다.

Mozasu believed that life was like this game where the player could adjust the dials yet also expect the uncertainty of factors he couldn’t control. --P321

모자수는 인생이란 파친코 게임과 비슷하다고 믿었다. 게임자는 파친코 다이얼을 조정할 수 있으나 통제할 수 없는 요소들의 불확실성을 예상해야 했다.

Hansu did not believe in nationalism, religion, or even love, but he trusted in education. Above all, he believed that man must learn constantly. --P335

한수는 민족주의자, 종교, 심지어는 사랑도 믿지 않았지만 교육의 힘은 믿었다. 무엇보다 인간은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Yoseb could understand the boy’s anger, but he wanted another chance to talk to him, to tell Nora that a man must learn to forgive— to know what is important, that is to live without forgiveness was a kind of death with breathing and movement. --P349

요셉은 노아의 분노를 이해할 수 있었지만 노아와 이야기 할 기회를 원했다. 노아에게 ‘용서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 무엇이 중요한지 알아야 한다, 용서 없이 사는 삶이란 숨을 쉬고 움직여도 죽은 것과 같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She loved Hansu, and then she had loved Isak. However, what she felt for her boys, Noa and Mozasu, was more than the love she’d felt for the men; this love for her children felt like life and death. After Noa had gone, she felt half-dead. --P375

선자는 한수를 사랑했고, 이삭도 사랑했다. 하지만 자식인 노아와 모자수에게 느끼는 것은 남자에게 느끼는 사랑보다 훨씬 더 컸다. 아이들을 향한 사랑은 자신의 생명이자 죽음이었다. 노아가 떠난 후, 선자는 거의 죽은 거나 마찬가지였다.

Most Koreans in Japan couldn’t travel. If you wanted a Japanese passport, which could allow you to reenter without hassles, you had to become a Japanese citizen— which was almost impossible, and no one he knew would do that way. Otherwise, if you wanted to travel, you could get a South Korean passport through Mindan, but few wanted to be affiliated with the Republic of Korea, either. --P378

일본에 사는 대부분의 조선인들은 여행을 할 수 없었다. 잡음 없이 재입국이 가능한 일본인 여권을 원한다면 일본 국민이 되어야 했다. 그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고, 모자수가 아는 사람 중에는 일본 국민이 되려는 사람도 없었다. 그게 아니면 민단을 통해서 남한 여권을 구해 여행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한민국과 연관되고 싶어 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But Korean back home aren’t changing, either. In Seoul, people like me get called Japanese bastards, and in Japan, I’m just another dirty Korean no matter how much money I make or how nice I am. So what the fuck?” --P417

“그러나 한국으로 돌아간 조선인들도 달라진 게 없어. 서울에서는 나 같은 사람들을 ‘일본인 개새끼’라고 부른다. 일본에서는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아무리 잘 차려 입어도 더러운 조선인이다. 대체 우리 보고 어떡하라는 거야?”

“I’m a Korean working in this filthy business. I suppose having yakuza in your blood is something that controls you. I can never be clean of him.” He laughed. “This is my curse.” --P423

”나는 이 더러운 업계에서 일하는 조선인이에요. 나는 당신의 피에 흐르는 야쿠자가 당신을 지배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나는 결코 깨끗해질 수 없어요.” 노아가 소리 내어 웃었다. “이것이 나의 저주에요,”

Noa had been a sensitive child who had believed that if he followed all the rules and was the best, then somehow the hostile world change its mind. His death may have been her fault for having allowed him to believe in such cruel ideals. --P461

노아는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였다. 모든 규칙을 따르고, 최고가 되고, 그리고 적대적인 세상이 자신의 마음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다. 노아의 죽음은 그런 잔인한 이상에 사로잡히도록 허용한 선자의 잘못일 수 있었다.

“Japan will never change. It will never ever integrate gaijin, and my darling, here you will always be a gaijin and never Japanese. Nee? The Zainichi can’t leave, nee? But it’s not just you. Japan will never take people like my mother back into society again; it will never take back people like me. And we’re Japanese! I’m diseased.” --P517

“일본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외국인을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내 사랑, 일본에서 너는 언제나 외국인이고 절대로 일본인이 되지 못한다. 알겠어? 자이니치(재일동포)는 여행을 떠날 수 없어, 알지? 하지만 너만 그런 게 아냐. 일본은 우리 엄마 같은 사람을 사회로 다시 받아주지 않아. 나 같은 사람들을 절대 받아들이지 않지. 우리는 일본인인데도 말이야! 나는 병들었어.”

It was not Hansu that she missed, or even Isak. What she was seeing again in her dreams was her youth. her beginning, and her wishes—so this was how she became a woman. Without Hansu and Isak and Noa, there wouldn’t have been this pilgrimage to this land. Beyond the dailiness, there had been moments of shimmering beauty and some glory, too, even in this ajumma’s life. Even if no one knew, it was true. There was consolations: The people you loved, they were always there with you, she had learned. --P528

선자가 그리워하는 사람은 한수도, 심지어는 이삭도 아니었다. 선자가 꿈속에서 다시 본 것은 젊음, 시작, 소망이었다. 그래서 선자는 한 여자가 되었다. 한수와 이삭, 노아가 없었다면 이 땅으로 오는 순례도 없었을 것이다. 일상 너머 이 여자의 일생에서 아름다움과 영광이 반짝거리는 순간들이 있었다. 그 사실을 아무도 모른다 해도 그것이 진실이었다. 위안이 되는 것은 순자가 사랑했던 사람들은 항상 곁에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 <파친코>를 통해 보는 슬픈 디아스포라의 역사

이민진 작가의 <파친코>는 일본사회에서 차별과 억압을 받으며 힘겹게 살아가는 재일 한국인의 이야기이다. 일종의 게임이자 도박인 파친코 사업은 한국인이 그나마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업종의 하나라 한다. 소설 속에 나와 있듯이 재일 한국인은 한국에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일본에서도 대우받지 못하는 주변인이자 경계인의 삶을 살고 있다. 이민진 작가 역시 한국 태생이나 한국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주변인으로, 미국사회에서 많은 차별을 받은 경험과 생각들이 소설에 녹아 있다고 생각된다.

조선 말기에 일본제국에 나라를 빼앗기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중국, 러시아, 일본, 미국, 멕시코, 쿠바 등 여러 나라로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기 위한 민족의 슬픈 ‘Diaspora(디아스포라, 離散, 고전 그리스어로 ‘파종’을 의미하는 단어에서 유래한 표현으로 본토를 떠나 타국에서 살아가는 공동체 집단 혹은 이주 그 자체를 의미한다 )’가 시작되었다. 예외 없이 재일 한국인들도 한국 고유의 정체성을 지키며 힘겨운 현실에 맞서 싸우는 이민자의 역사를 가졌다. 소설 <파친코>는 일본에서 온갖 차별과 설움을 받으며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면서도 정체성을 유지하고 과거의 역사를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살아간 부모님 세대에 대한 존경과 헌사가 담긴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이런 의미에서 모든 역사는 생존을 위한 투쟁의 기록이자 우리의 삶이 담겨 있는 것이다.

저작권자 ⓒ 고양파주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