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준 시인/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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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15 09:00 | 최종 수정 2022.07.16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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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일 비만 바라본 날은 밥그릇에도 비가 듣는다
식탁이 허전해서 지나는 먹장구름 불렀다
맞은 편 의자에 앉히고 수저를 쥐어준다
큰맘 먹고 만든 달걀말이도 듬뿍 덜어놓고
아끼던 광천김도 한 봉지 뜯어 놓는다
먹구름도 지치고 배고팠던지 묵묵히 밥을 먹는다
부르지 않은 새 한 마리 들어와 쭈볏거리고 앉는다
아침부터 처마 밑에 들어 날개 말리던 새다
딱히 갈 곳이 없거나 갈 곳을 잊은 게 틀림없다
수저를 내주고 내 몫의 달걀말이를 밀어놓는다
언제부턴가 안주 없이 마시는 술이 달다
비 오는 날의 식탁은 자꾸 말을 지운다 말이 없어서
조금 전 걸려온 전화의 끝자락이 귓바퀴에서 맴돈다
그녀 목소리는 여전히 가뭄에 시달리고 있었다
나는 왜 이렇게밖에 못 살까요?
애당초 그렇게 태어났는 걸 어쩌겠니?
그래서 억울하단 거예요 왜 이렇게 태어났느냐고요
세상엔 노력으로 바꿀 수 없는 게 더 많더라
대화는 어김없이 궤도가 다른 행성처럼 비껴갔다
빈 마당 쓰레질하던 바람도 잠잠하다
이런 날에는 옆집 황씨라고 적적하지 않을 리 없어서
바람 불러 앉혀 고봉밥 먹이고 있겠다
어둠 내리면 비는 하늘이 아니라 가슴에서 싹터
쓸쓸한 식탁마다 적시기 마련
수저 내려놓은 먹장구름이 새의 어깨를 톡톡치더니
슬며시 문 열고 나선다 다시 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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