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준 시인/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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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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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일어나 아침나절을 유언쓰듯 보냈다.
아무도 올 사람 없는데
얇게 썬 노각을 소금에 살짝 절여 무치고
어제 얻어온 배추로 된장국을 끓였다.
원두를 정성껏 갈아 통에 담았다.
나를 먹이기 위해 이러고 있는 걸까?
커피 한 잔을 내어 마시며 생각했다.
그러고 보면 하루하루의 삶이 유언이구나.
지금 난 한 자 한 자 유언을 쓰고 있구나.
내가 슬며시 지워지면 누군가 냉장고를 열어보고
오늘의 나를 찬찬히 읽겠지.
잘 숙성된 노각무침을 보며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던 말을 듣겠지.
누구는 고인 물에서 미처 흘리지 못하고 떠난 눈물을 보겠지.
무언의 유언을 남기려 사는 것이었구나.
일각이라도 허투로 살 일은 아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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