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도덕경】38. 上德 (상덕) : 덕이 높은 사람

김규철 서원대학교 교수 승인 2022.07.28 09:00 | 최종 수정 2022.07.28 10:57 의견 0

이제, 도경 37장이 끝나고, 덕경 38장이 시작됩니다.

도덕경은 도경(道經)과 덕경(德經)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도경은 1장~37장, 덕경은 38장~81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973년 발견된 백서본에서는 덕경이 앞에 있고, 도경이 뒤에 있습니다. 여러 가지 사정에 대해서 전공자들에게는 꽤 중요한 문제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도덕경을 격언으로 읽는 보통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그 순서의 예민함을 따지는 것은 그리 중요한 문제라 생각되지 않습니다.

도가 자연의 순리를 기본으로 한다면, 덕은 사람의 도리를 기본으로 한다고 생각해도 무리가 없습니다.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것으로 도에 이른다면, 덕은 사람이 살아가면서 실천하며 쌓아가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즉, 도가 총론이라면 덕은 각론인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기본을 알고 난 후에 각각의 문제를 푸는 경우도 있고, 각각의 문제를 풀다보니 기본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느 쪽이 꼭 옳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씨름에서 상대를 넘어 트리는 데 쓰는 기술로 업어 치나 메치나 매 한가지이기 때문입니다. 어디 업어 치면 되고, 메치면 안 된다는 법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그러니 굳이 도경이 먼저니, 덕경이 먼저니 다툴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최소한 여기서는 말입니다.

저는 다음과 같이 생각합니다. 젊은 사람들이 도덕경을 읽고 실천한다면 인간세상에서 말하는 출세나 부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알 수 있을 것이고, 나이든 사람들이 읽고 실천한다면 욕심을 버릴 수 있으니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리 읽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도덕경이 무엇인지 아는 것은 별로, 전혀, 중요하지 않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쉽지 않지만, 노력하는 과정만으로도 충분히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 이제 덕경으로 들어가십시다.

============================

38. 上德 (상덕) : 덕이 높은 사람

上德不德, (상덕부덕,)

덕이 높은 사람은 덕을 겉치레로 표현하지 않기 때문에

是以有德; (시이유덕;)

실제로는 덕이 있고,

下德不失德, (하덕불실덕,)

덕이 낮은 사람은 덕을 겉치레로 표현하기 때문에

是以無德。(시이무덕.)

실제로는 덕이 없다.

上德無爲而無以爲, (상덕무위이무이위,)

덕이 높은 사람은 자연에 순응하며 사심 없이 행동하고,

下德爲之而有以爲。(하덕위지이유이위.)

덕이 낮은 사람은 자연에 순응하지 않고 사심을 갖고(有心) 행동한다.

上仁爲之而有以爲, (상인위지이유이위,)

어짐을 높이는 사람은 작은 행동이라도 의도된 것이 아니며,

上義爲之而有以爲。(상의위지이유이위.)

의로움을 높이는 사람은 작은 행동이라도 의도한 것이다.

上禮爲之而莫之應, (상례위지이막지응,)

예의를 높이는 사람은 예를 갖췄는데 대응을 못 받으면,

則攘臂而扔之。(즉양비이잉지.)

삿대질을 하며 상대방에게 예를 갖추라고 강요한다.

故 失道而後德, (고실도이후덕,)

그래서 도를 잃어야 덕이 나타나고,

失德而後仁, (실덕이후인,)

덕을 잃어야 인이 나타나고,

失仁而後義, (실인이후의,)

인을 잃어야 의가 나타나고,

失義而後禮。(실의이후례.

의를 잃어야 예가 나타나는 것이다.

夫禮者, 忠信之薄, (부례자, 충신지박)

예(禮)를 섬기는 것은 충성심과 믿음이 부족한 결과이고,

而亂之首也。(이란지수야.)

도(道)·덕(德)·인(仁)·의(義)가 희박해졌을 때 나타나는 것이니 당연히 사회혼란의 원인이다.

前識者, (전식자,)

도·덕·인·의를 안다고 말하는 사람은,

道之華, (도지화,)

사실은 도의 겉치레를 아는 데에 불과하여,

而愚之始也。(이우지시야.)

우매하게 되는 시작이다.

是以大丈夫處其厚, (시이대장부처기후,)

그러므로 충실하고 믿음직스럽게 하고 도를 지키는 사람은 세상을 세우고,

不居其薄; (불거기박;)

인정이 두텁고 경박하지 않으며,

處其實, 不居其華。(처기실, 불거기화.)

실속은 있으나 겉치레는 하지 않는다.

故 去彼取此。(고 거피취차.)

그러므로 경박한 겉치레를 버리고 소박하고 인정이 두터운 태도를 취해야 한다.

하재열 사진작가의 심상


우리는 이렇게 이해했다.

★★★ 덕이 높은 사람은 겉치레하지 않는다.

사람에게 측은지심(仁)은 어떤 의도한 바가 없이 어쩔 수 없이 생겨나는 감정이고 행동이다. 인간은 그런 존재다. 수오지심(義)은 가슴속에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하는 것이고, 사양지심(禮)은 서로 격이 맞지 않으면 상대방을 깔보거나 무시하게 된다. 여기서 ‘인·의·예’ 어느 것이 옳고 그르다고 따질 필요는 없다. 다만 예를 따지는 것은 서로간의 도·덕·인·의에 대한 믿음이 희박해졌을 때 중시되는 것이니 사회혼란의 원인이 된다. 서로 믿을 수 없을 때, 서로의 믿음을 확인하는 최후의 방법이 예인 것이다.

덕이 낮은 사람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대한다고 하는데 지극히 정상적인 모습이다. 인간은 자연에 순응하지 않고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일하면서 힘들어 한다. 세상 풍파를 몸으로 맞서다가 나중에야 자연의 순리에 순응해야 함을 알게 된다. 간혹 도를 아는 사람은 그것을 일찍 깨달았을 뿐이다. 어쨌든 덕이 있는 사람은 무엇을 할 때에 겉치레에 얽매이지 않고, 덕이 낮거나 없는 사람은 겉치레에 목을 맨다. 덕이 높은 사람은 사심 없이 행동하고, 덕이 낮은 사람은 사심을 갖고 행동한다.

<글쓴이>

김규철 / 서원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

hohoqc@naver.com

총니(丛妮) / 서원대학교 국제학부 조교수

nini58323@hotmail.com

저작권자 ⓒ 고양파주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