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문 주간
승인
2022.09.29 06:00 | 최종 수정 2022.09.29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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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당초 셈이 어두운 내게 주판은 도통 무용지물이었다. “1전이요, 2전이요…78전이면?” 잔뜩 내리깐 선생님의 문제 부르기는 벌써 끝이 났건만 나는 주판의 위칸과 아래칸을 허둥지둥 더듬을 뿐이었다. 다른 아이들은 이미 주판을 털고 다음 문제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나마 주판이 내게 소용되었던 것은 복도에서 한쪽 발로 롤러스케이트처럼 밀고 다닐 때뿐이었다. 그러다 걸리면 선생님은 영락없이 내 머리통 위에 주판을 대고 마구 문질러 대시는 것이었다. 그때 그렇게 모골이 송연했을 때 정신을 차렸어야 했다. 이제 와 전자계산기로도 도무지 맞출 길 없는 나의 경제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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