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문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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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13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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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우리들의 밤을 지배한 건 쥐들이었다. 밤새 벌어지는 광란의 파티를 견딜 수 없어 긴 막대기로 천장 여기저기 쑤셔보는 것이었지만, 그 정도로 겁먹을 그들이 아니었다. 어떤 놈은 자기가 무슨 학구파라고 꼭 책상 서랍 속에 자리를 틀곤 했다. 어느 날 무심코 서랍을 열다 그놈이 갑자기 튀어나오는 바람에 소스라치게 놀란 나는 황급히 서랍을 닫았고, 그것으로 놈의 학구열도 끝장이었다. 서랍 틈에 반쯤 끼어 비명횡사한 그놈의 몰골을 보며, 나는 꼬리라도 잘라 학교에 갖다 바쳐야 할지 말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때 그 많던 쥐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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