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문 주간
승인
2022.10.27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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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나는 우물 속을 들여다볼 수 없었으니 자연 그 깊이도 알 길이 없었다. 다만 두레박이 내려가는 시간으로 그 깊이를 짐작할 따름이었다. 우물 속에 두레박을 드리우면 한참 후에야 ‘풍덩’ 하는 깊고 서늘한 울림이 들려왔다. 그 소리는 어느 적 청상과부가 몰래 낳은 아기를 우물에 버렸다는 소문에 겹쳐 막연한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소리이기도 했다.
그러나 두려움도 결코 호기심을 이기지는 못하는 법. 나는 물통을 밟고 올라서서 기어이 우물 안을 들여다보고야 말았다. 거기에는 청상과부의 아기가 아니라 한 소년의 얼굴이 떠있었다. 두려움과 호기심이 뒤섞인 소년의 얼굴은 문득 우물 위에 놓여있던 두레박이 떨어지면서 이내 사라져버렸다. 그때 그 우물 안 소년의 얼굴은 지금 어디로 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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