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문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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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03 00:09 | 최종 수정 2022.11.03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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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손전등은 내게 공포로 다가온다. 그것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정확한 기억은 없다. 어떤 잘못인가를 저지르고 헛간에 숨어 있을 때 나를 찾아나선 아버지의 손에 들려있던 손전등 때문인지, 아니면 숨어다니던 시절 어느 지하실에서 맞닥뜨렸던 불빛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면 전방 초소에서 한겨울의 졸음을 깨우던 광선 때문인지. 은닉하고자 했을 때 무참히 내 자신을 드러나게 하던 불빛은 공포 그 자체였다. 참으로 어처구니없게도 어둠보다 불빛이 더 두려운 시절도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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