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속으로】다듬이

유성문 주간 승인 2022.11.17 01:30 | 최종 수정 2022.11.17 10:51 의견 0

할머니와 어머니의 ‘난타전’은 밤늦도록 이어졌다. 자진모리에서 휘모리로 서로 주거니 받거니 다듬이질 소리는 정점을 향해 치달아간다. 이미 전초전도 있었다. 풀을 먹인 홑창의 네 귀를 맞춰 둘로 접고 양쪽에서 팽팽하게 잡아당긴다. 어느 한쪽에서 힘을 더 주거나 살짝 놓아버리면 앞으로 고꾸라지거나 뒤로 나자빠진다. 혹시 감정의 낌새라도 느껴지는 날에는 그를 보는 관전자 역시 오금에 힘을 줄 수밖에 없다. 고부간의 일전이 별 탈 없이 막을 내리면 나는 새 잠자리에 대한 기대로 마냥 즐거웠다. 어머니의 바느질이 끝나기 무섭게 이부자리 속으로 파고들었을 때 온몸에 뻗치는 그 새뜻함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또 다른 쾌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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