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문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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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4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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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을 너무 많이 본 탓이었을까. 어머니가 화로에서 인두를 꺼내 코밑 가까이 가져갈 때마다 괜스레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이었다. 떠다놓은 물그릇에 살짝 대봐도 될 것을 어머니는 굳이 냄새를 맡듯 코끝으로 인두의 열기를 가늠하고는 했다. 어찌 인두뿐이었겠는가. 생활 속에서 어떤 문제에 부딪칠 때마다 어머니는 철저히 당신의 몸에 의지했다. 뜨거운 물에 선뜻 손을 집어넣기도 하고, 심지어 양잿물일지라도 혀끝으로 맛보기를 서슴지 않았다. 몸뚱이 하나로 그 많은 자식들을 낳고 키우면서, 몸뚱이 하나로 세상 풍파에 맞서 살아오면서 어머니가 믿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몸뿐이었는지도 모른다. 스스로 ‘삭신’이라고 불러온 어머니의 몸이 완전히 시들어버린 지금, 그 몸에서 비롯된 나는 어머니의 몸을 대신하기는커녕 제 몸 하나 추스르지 못하는 그렇게 못난 자식일 뿐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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