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문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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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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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을 마치고 창고 가득 연탄까지 쟁여놓은 날, 온 가족은 행복했다. 아버지는 얼얼한 김치속에 막걸리 한 잔을 들이켜면서 윤기 흐르는 새 연탄들에 마냥 흐뭇해 하셨다. 이것으로 우리들의 겨울나기는 모든 준비를 마쳤다. 냉기 흐르던 구들장에 서서히 온기가 돌기 시작하자 형제들의 얼굴조차 발그스레 달아오르는 듯했다. 하지만 이게 무슨 일이람. 다음날 아침 방문을 열고 나온 우리들은 한 사람씩 연달아 마당 한가운데로 맥없이 고꾸라졌다. 채 마르지 않은 연탄은 그토록 무서운 가스로 밤새 우리를 덮쳤던 것이었으니. 놀란 어머니가 황급히 퍼온 동치미 국물을 한 동이씩 들이켜고서야 중독자들은 겨우 정신을 차렸다. 우리들의 겨울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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