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문 주간
승인
2022.12.08 00:22
의견
0
할아버지의 잠자리 밑에 놓인 ‘유담뿌’는 내게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몇 겹 수건으로 감싼 그 열탕기는 밤새 한기로부터 할아버지의 족부를 지켜주었다. 하지만 슬슬 할아버지의 이불 속으로 발을 디밀어보다가 어머니에게 뒤통수를 된통 얻어맞고 머쓱해진 나는 괜히 시린 발끝을 이리저리 뒤척여볼 뿐이었다. 이불 속에는 아직 귀가하지 않은 아버지를 위한 밥그릇도 들어 있었다. 조금이라도 따뜻한 저녁밥을 내놓으려는 어머니의 마음씀씀이였지만 철없는 나는 그걸 마치 ‘유담뿌’인 양 냄새나는 발로 지분거렸다. 아무것도 모르는 척 지그시 눈을 감은 채로. 아뿔싸! 잠깐 사이 뚜껑이 열리는가 싶더니 발가락으로 따뜻한 밥알의 감촉이 느껴졌다.
저작권자 ⓒ 고양파주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