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문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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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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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늦도록 아버지는 돌아오지 않았다. 대신 저녁부터 눈이 내렸다. 어머니는 등 시린 윗목에 앉아 묵묵히 뜨개질만 하고 있었다. 어느 순간, 어머니는 짜던 실을 풀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서 혼잣말처럼 나직이 중얼거렸다. “얘야, 뜨개질은 잘못되었다 싶으면 언제든지 다시 시작하면 되는 것이란다.” 언제 잠이 들었던 것일까. 새벽 갈증에 눈을 떠보니 어머니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대신 단정하게 개어진 스웨터 한 벌이 머리맡에 놓여 있었다. 방문을 밀치니 마당에는 밤새 내린 눈으로 가득했다. 그 위에 가녀린 발자국이 대문 쪽으로 나있었다. 그러나 정작 대문에서 집안에 이르는 발자국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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