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초목이야기】로제트

애기똥풀, 엄동설한 내내 복지부동하며 봄을 기다린다

홍은기 온투게더 대표 승인 2023.02.08 00:00 의견 0
애기똥풀 Chelidonium majus var. asiaticum (H. Hara) Ohwi 양귀비과 애기똥풀속 두해살이풀


땅에 엎드려 움직이지 아니한다. 복지부동이다. 이 말은 좀체 좋은 의미로 와 닿지 않는다. 그런데도 눈 속에 파 묻힌 애기똥풀을 보면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말을 찾기 힘들다. 엄동설한 내내 복지부동하며 봄을 기다린다.

꽁꽁 얼어 버린 땅 위에서 푸른 이파리가 보일 때마다 신기했다. 그 모양이 장미 꽃 펼쳐진 것처럼 보여 장미 문양을 뜻하는 로제트 Rosette로 부른다. 로제트는 풀들이 겨울을 나는 전략이다. 땅바닥에 붙어 지열로 견딘다. 찬 바람 영향도 덜 받는다. 얼지 않기 위해 잎에는 당분을 가득 저장해 놓는다. 겨울에 시금치가 더 맛있는 이유겠다.

로제트는 뿌리에서 바로 잎이 나온 근생엽 根生葉으로 뿌리와 잎 사이가 짧아 이른 봄에 꽃을 피울 수 있다. 가을에 싹을 틔워 놓고 이듬해 꽃 피는 두해살이풀에 흔하다. 애기똥풀이 그렇다. 애기똥풀은 줄기를 꺾으면 노란색 즙이 나온다. 그게 꼭 아기 똥같다 해서 애기똥풀이다. 늦여름까지 볼 수 있는 노란 애기똥풀 꽃이 벌써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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