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 당신을 떠나보낼 수 있습니다…. 서툰 타자 솜씨로 편지를 쳐내려갔다. 내 속마음이 그대로 드러나기라도 할까봐 차마 펜을 들 수가 없었다. 그러나 생각만큼 그도 쉽지 않았다. 헝클어진 머릿속처럼 손가락은 꼬였고, 자모의 쇠막대 역시 자꾸만 얽혀들었다. 몇 장 째 겨우 한 줄도 채우지 못한 백지들이 뜯겨나가고, 이윽고 나는 책상 위에 머리를 파묻고야 말았다. 한동안 어깨를 들썩이던 나는 조용히 일어나 띄엄띄엄 자판을 두들겼다. ㅇㅏㅈㅣㄱ ㄷㅗ ㄴㅏㄴㅡㄴ ㄷㅏㅇ ㅅㅣㄴ ㅇㅡㄹ ㅅㅏㄹㅏㅇㅎㅏㅂㄴㅣㄷ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