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문 주간
승인
2023.03.09 21:16
의견
0
할아버지는 겨우내 골방에서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던 묵은 고구마를 꺼내왔다. 더 무르기 전에 춘궁을 때울 요기라도 삼을 작정이었지만, 사실 우리는 밥보다 고구마가 더 반가웠다.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풀무를 돌리는 일은 내가 맡았다. 불길이 세질수록 솥단지는 들썩거리고, 고구마 익는 구수한 냄새가 부엌 가득 넘쳐났다. 시장에 군침을 견디지 못한 나는 자꾸만 앉은 채로 헛방귀를 뀌어댔다. 그래도 괜찮았다. 고구마 익는 냄새나 그 냄새나 별다를 바가 없었으니까.
저작권자 ⓒ 고양파주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