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초목이야기】나르시시즘

추사가 해탈신선이라고 극찬했던 수선화

홍은기 온투게더 대표 승인 2023.04.19 09:00 의견 0
수선화 Narcissus tazetta subsp. chinensis (M. Roem.) Masam. & Yanagih. 수선화과 수선화속 여러해살이풀


수선화를 논하면서 추사 김정희를 빼놓을 수 없다. 수선화는 추사가 발견한 꽃이나 진배없기 때문이다. 추사가 노년에 제주도로 유배 왔을 때만 해도 소나 말먹이로 주는 잡초에 불과했던 수선화였다. 이제나저제나 제주도에서는 지천으로 깔려 있는 수선화다.

추사는 젊었을 때 북경에 다녀와 이미 수선화를 알고 있었다. 북경에서 온 사신이 수선화를 선물하자 바로 다산 정약용에게 보냈고 다산은 시 한 수로 화답했을 정도다. 그러고 나서 유배 간 제주도에서 수선화를 만났으니 얼마나 반가우면서도 안타까웠을까 싶다.

추사가 해탈신선이라고 극찬했던 수선화 水仙花다. 중국에서 물의 선녀라고 이름 지은데 비할 바 없다. 꽃잎 가운데 펼쳐진 노란색 부화관을 높은 관직과 많은 재물에 빗대어 탐했던 금잔옥대 金盞玉帶였다. 무엇보다 눈 오는 날에도 꽃이 피는 설중화 雪中花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수선화를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나르키소스만 떠올린다. 물에 비친 자신의 아름다움에 반해 물에 빠져 죽고 나서 수선화가 되었다는 나르시시즘 Narcissism 이야기다. 지중해 연안에서 중국 거쳐 제주도까지 왔으니 이해는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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