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초목이야기】밥꽃

은은한 꽃향기에 화들짝 놀라게 되는 조팝나무

홍은기 온투게더 대표 승인 2023.05.03 09:00 의견 0
조팝나무 Spiraea prunifolia var. simpliciflora (Nakai) Nakai 장미과 조팝나무속 낙엽 활엽 관목


5월, 보릿고개가 시작될 무렵에 이팝나무가 하얀 꽃을 가득 피워댄다. 굶기를 밥 먹듯 하던 시절에는 이 꽃 보며 고봉으로 올린 쌀밥 생각이 간절했을 법하다. 이밥에 고깃국 먹는다고 이팝은 쌀밥을 말한다. 쌀의 옛말 "니"를 써서 니밥, 이게 이밥, 또 이팝이 됐다.

그 전에 박태기나무가 나뭇가지에 밥풀처럼 달라붙어 꽃을 피운다. 전라도에서 밥풀을 밥태기로 부르던 게 박태기로 변했다. 이 보다 훨씬 전부터 조팝나무가 등장한다. 하도 작게 핀 꽃이 무리 지어 있다 보니 조밥이 떠올랐나 보다. 조팝은 조밥이 변한 거다.

밥심으로 살 때 만들어진 꽃 이름들이다. 쌀밥에 조를 섞어 도시락 싸 주면 그것만 골라내고 먹었다. 새모이로 주는 좁쌀을 먹을 수는 없다고 봤다. 혼분식 장려할 때였다. 지금이야 쌀밥 보다 조밥이 훨씬 비쌀 뿐더러 대접을 받는 세상이니 천지가 개벽했다.

조밥나무는 버드나무와 함께 아스피린 원료로 귀하게 쓰인다. 조팝나무 속명 스파이리어 Spiraea에 힌트가 있다. 가지를 꺾어 둥글게 말면 아름다운 화환이 만들어진다. 꽃에 다가서다가 한 줄기 바람에 실려오는 은은한 꽃향기에 화들짝 놀라게 되는 조팝나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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