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점심약속이 있어 읍내 중국집에서 짜장면 먹기로 약속이 되어 있다. 그런데 오늘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다. 짜장면 먹으러 가는
나는 누구인가?
젊은 날 내가 꽤나 시간을 많이 들인 부분들을 돌아보면
‘진정한 내’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과연 무엇일까, 였다.
나의 존재는, 하는 나의 존재에 대한 증명에 공을 많이 들였던 거 같다.
내가 ‘나’라고 여기는 자아(self), 영혼(soul), 참나(眞我)가 진정한 나일까.
몸으로 짜장면을 먹으며 진정한 나는 과연 무엇일까? 짜장면을 다 먹었다. 짜장면은 어디로 갔을까.
마음으로 나는 누구일까? 를 많이 생각했다.
그리고 짜장면을 다 먹고 나서야 무아론, <무아, 그런 나는 없다>로, 무상을 알게 되었다. 무아
無我란 만물에 고정불변의 실체가 없다는 論이다.
고정 불변하는 실체로서의 나(實我)는 없다는 뜻으로
짜장면을 먹으면서
지나간 마음도 얻지 못했고
현재의 마음도 얻지 못했으며
미래의 마음도 얻을 수 없었다.
그냥 매 번 그렇게 짜장면 먹으러 갔던 것이다.
그렇게 쾌락도 고통도 없이 배고픈
창자를 채우러 짜장면 먹으러
걸어 다니는 한 늙은이였다.
무슨 말 이냐고? 도대체 나는 누구냐고?
그렇게 젊은 날엔 짜장면 곱빼기도 모자랐는데
이젠 보통도 양이 많다.
우리가 먹는 짜장면은 보통 유니짜장이다. 같은 말로 유미짜장을 말한다. 양파, 양배추 각종 채소를 돼지고기에 기름을 둘러 볶은 것을 면 위에 둘러 비벼먹는 것으로 부드럽고 맛이 담백한 것으로 그 가격이 비싸지 않아 부담이 없는 것이 그 특징이다. 그래서 가끔 점심 약속이 있으면 탕수육 小짜 하나도 추가해서 시키기도 한다. 그렇다면 오늘 탕수육도 시켜 먹는 내가 진정한 나란 말인가?
曲茶를 마실 수 있을 때의 내가 그립다.
짜장면의 종류에 대해 살펴보면,
짜장을 볶다가 넣는 재료에 따라 그 이름이 달라진다는 걸 아는 건 얼마 전 이야기다.
짜장을 볶다가 전분이나 물을 넣지 않고 기름에 볶는 걸 간짜장이라 한다. 고추기름으로 볶으면 붉은 색이 나오는 약간 매운 사천짜장, 삼선은 세 가지 이상의 해산물을 넣는데 대개 새우나 갑오징어, 건해삼을 넣는 삼선짜장, 춘장과 면발을 함께 프라이 팬에 볶아내고 그 위에 부추를 얹어주는 쟁반짜장, 고추기름에 청양고추를 사용하면 고추짜장, 버섯과 채소를 면발과 같이 길쭉길쭉하게 썰어 볶아내면 유슬짜장이 된다.
그랬던 거 같다. 으으, 억눌린 젊었던 비명을 넘어서야
무(無)를 통과해 노령연금을 받고나서야 보리심이 일어
그렇게 짜장면을 종류대로 다 먹어볼 수 있었다. 그리고
공(空)으로 넘어올 수 있었던 거 같다.
그렇다, 그대여. 노란 단무지를 씹으면서도
생사의
번뇌에 머물지도 말고 번뇌에서 떠나지도 말라. 이 세상에 머물지도 말고 저 영원에 머물지도 말라.
그렇다. 비 오는 날의 짜장면은 언제나 옳다.
저작권자 ⓒ 고양파주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