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여뀌 Persicaria longiseta (Bruijn) Kitag. 마디풀과 여뀌속 한해살이풀
입추 지나 태풍이 한차례 휩쓸고 가니 폭염도 조금은 가시는 듯싶다. 그럴만 한데 정말 그럴 수 있을까 싶다. 올여름은 유난히 덥다. 염소 뿔도 녹인다는 염천에 민낯으로 태양을 마주하는 꽃은 화상이나 입지 않는지? 궁금할 만하다.
사실 선크림 바르는 사람보다 낫다. 꽃은 그들 자신만의 자외선 차단제를 만든다. 주로 페놀릭 phenolics과 같은 천연 화학 물질로 자외선을 흡수해 버린다. 폴리페놀, 플라보노이드, 안토시아닌 등 한 번쯤은 들어봤을 성분들이다.
선글라스도 낀다. 영산홍이나 냉이처럼 살아서 겨울나는 잎은 거무튀튀한 녹색을 띤다. 낙엽 지려는 게 아니다. 크산토필, 카로티노이드 등으로 자외선을 막아서고 있는 거다. 물론 자외선을 피해 있는 잎은 파릇파릇한 녹색이다.
개여뀌 잎을 보면 정말 선글라스 쓴 것 같다. 가운데 잎맥 사이로 색이 칙칙하다. 자외선이 강한 숲 가장자리에서 자라는 개여뀌라서 다분히 이해된다. 꽃이 듬성듬성한 여뀌와 달리 개여뀌는 촘촘하다. 여름 다 가기 전에 한번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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