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할 권리】 견월망지(見月忘指)

혜범 스님/원주 송정암 주지 승인 2023.09.05 09:00 의견 0

선가에 달을 봤으면 손가락은 잊으라, 는 말이 있다. 견지망월(見指忘月)이라 하기도 한다. '달을 보라고 손가락으로 가리켰더니 손가락만 본다'는 뜻이다.

안거기간 내내 멍때리거나 졸기만 했다. 그렇게 찌던 여름이 가고 어느덧 가을이 왔다. 어찌됐던 백중, 하안거 해제안거를 마쳤다.

오늘은 하안거 해제 다음날이다. 보름이다. 오전엔 날이 흐리더니 오후가 되자 날이 개인다. 오늘은 평생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특별한 보름달이 뜬단다.

달은 가득 차기도 하고 이지러지기도 한다. 그런데 슈퍼문과 블루문이 겹친다, 한다. 그래서 그걸 합쳐 '슈퍼블루문'을 두고 하는 말이다.

'슈퍼블루문', 큰 보름달이라는 뜻의 '슈퍼문'과 양력을 기준으로 한 달 사이 두 번째 뜨는 보름달을 의미하는 '블루문'을 합친 말이다. 해석하면, 아주 크게 우울한 달이다.

이번 하안거는 내게 특별한 안거였다.

던질까, 버릴까, 했던 화두를 무더웠던 여름 날들, 결국 던지고 버리지 못하고 끌어 안은 채 끌어 안고 석달 백일을 끙끙 앓았다. 그래도 타파하지 못했다. 그 선택과 결정은 늘 나의 몫이었다. 그렇다고 그 방황과의 싸움에서 완전 패배는 아니었다. 욕계화택에서 그래도 조금은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후회하지 않는다. 억울해 하거나 원망하지도 않는다. 더더구나 절망같은 것은.

한번이라도 선방 문고리를 잡아본 이들은 안다. 보일듯 보이지 않고 들릴 듯 들리지 않는 화두. 그러나 조금만 조금만 더, 한 걸음만 더 내딛으면 풀릴 듯 하던 화두.


그때 마침 도반에게서 전화가 왔다.

"백중, 그래 견성성불(見性成佛)은 잘 하셨는가?"

"개코나. 긍정적인 마음으로 행복하게 살면 되지, 먹고 살기도 바쁜데 성불까지...."

"그 경계를 일러 보시게."

"지랄. 나는 그렇게 자네처럼 말 잘 하는 앵무새가 되지 못하네. 나는 승도 아니고 속도 아니네."

나의 말에 도반이 킥킥대며 웃는다.

작년이었던가. 도반은 나보다 여유롭다. 뜬금없이 라다크엘 가자고 했다. 못가, 했더니 꽤나 서운해 했다. 17박 18일 자기가 여행비용을 다 대준다고 했는데, 내 몫의 몸부림이 아직 남아 그 여행이 허락되지 않는 거였다.

"올해 그럼 동해 바다는 보러 갈 수 있는 거지?"

"당일치기로 가자고."

"스님은 그 나이가 되었는데도 뭐가 그리 바쁘시나? 몸 움직일 수 있을 때 바다에 가서 밤 파도도 좀 밟아보고 달이나 한번 보자는데."

듣고보니 그랬다. 전화를 끊고 나서 한참이나 창밖을 내다 보았다. 하여튼 가질 것도 버릴 것도 없는 생. 이번 주말은 바다로 가기로 했다. 날이 맑아 달이나 볼 수 있는 밤이었으면 좋겠다. 제기랄. 이 미혹과 집착은 무엇인지. 바다가 어떻게 생겨먹었던지, 어느덧 가을이 성큼 옆에 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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