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범 스님/원주 송정암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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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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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노동자의 사십구재를 지내고
영하의 날씨에도 시냇물은 흘러갔다.
넓은 세상 찾아가던 시냇물 중 몇이
얼음꽃으로 피었다. 어찌 그리 환하게 웃는지
스님, 우리 함께 꿈의 바다로 가요.
아름다움과 평온함이 있는 내일로
설움과 고통이 존재하지 않는 곳으로
우리의 기쁨과 행복을 찬양하는 곳으로
그래, 여기까지 오다 무엇을 보았니?
제가 본 건 사는 고통, 그 고단함이요.
먹고 자고 애써 일하는 슬픔, 절망, 죽음들이었어요.
시냇물이 내게 일러바친다.
갈 것은 가고 올 것은 오는데, 하고 중얼거려보는데
바람을 타고 파도를 넘어가는 길이라 한다.
추워서 너무 추워서 황홀하다, 한다.
그래 그 황홀을 즐겨, 어느 하나라도 홀로된 것이 아니라 인연의 끝없는 시간속에 서로가 원인이 되어 대립이 아니라 하나로 융합하는 것, 운행하는 거라고. 無盡緣起(무진연기), 아...... 끝이없는 황홀이 일어남. 바로 지금 보는 것이 화엄이요, 여래라고 다시 나지막히 웅얼거려보는데
오로지 운이 좋아 그 많은 친구들보다 오래 흘러
스님을 만날 수 있었어요.
오, 그래 너희들이 여기까지 왔구나, 잘했다. 건너가야지.
북극에서 몰아온 추위에도 얼어붙은 태양은 빛나고, 하늘은 높고 푸르렀다.
그 어떤 고통은 없어요. 스님을 만나 반가웠어요. 얼음꽃들이 마른 풀 찬 바람을 부여잡고 고요한 안도와 평안 속에서 나를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었다.
그래 참 아름다워라. 해도 측은하기만 했다.
어디 노숙하는 게 너희들 뿐이랴, 옛날엔 나도 그랬어.
너희들은 우리들의 끝없는 사랑의 배라고. 반야용선
얼음 꽃송이 하나, 그러나 바로 우리들 삶의 길
내게 말없이 그 거룩함을 일러주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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