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초목이야기】빨간색

불꽃을 뜻하는 피로, 가시를 이르는 아칸다, 피라칸다였다

홍은기 온투게더 대표 승인 2024.01.10 09:09 의견 0
피라칸다 Pyracantha angustifolia (Franch.) C.K. Schneid. 장미과 피라칸다속 상록 활엽 관목


제 넥타이가 붉은색 기운 아닙니까? 파란색으로 색을 맞춰 빨간색은 금기였다는 누구의 말이다. 마음에 장벽이 있었다는 변명과 달리 이를 두고 철새라고 지칭한다. 그렇지만 철새는 물론 새는 빨간색을 좋아한다. 그 얘기를 해 보자.

낙엽 지고 앙상한 가지 위에 빨간색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있다. 요즘 산수유, 남천, 팥배나무, 미국산사나무가 그렇다. 한겨울이 새에게는 보릿고개에 다름 아닌데 이게 웬 떡인가 싶다. 한 입에 덥석 물면 씨앗만 똥구멍으로 빠져 나온다.

개나 고양이는 빨간색과 초록색을 구별하지 못한다. 빨간색은 곤충 눈에도 잘 보이지 않는다. 새만이 빨간색을 잘 알아 본다. 빨간색은 나무가 새를 유혹하는 손짓이 된다. 새에게 먹혀서라도 멀리까지 씨앗을 퍼트리기 위해서다.

홍릉숲을 들렸다. 눈이 부시도록 강렬한 빨간 열매에 눈길이 갔다. 가시가 돋쳐 있어 찔레꽃인가 싶었지만 촘촘하게 달려 있어 다르다. 불꽃을 뜻하는 피로 pyro와 가시를 이르는 아칸다 acantha, 피라칸다였다. 또 하나의 빨간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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