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할 권리】 피안의 언덕으로 안내하는 당신
혜범 스님/원주 송정암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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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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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잘랄루딘 루미
내가 지나온 모든 길은
곧 당신에게로 향한 길이었습니다.
내가 거쳐온 수많은 여행은
당신을 찾기 위한 여행이었습니다.
내가 길을 잃고 헤맬 때 조차도
나는 당신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내가 당신을 발견했을 때, 나는 알게 되었습니다.
당신 역시
나를 향해 걸어오시고 계셨다는 사실을....
어떤 날 새벽예불이 끝난 후 산을 오르다 노스님에게 물었었다.
"스님, 오르막이 좋아요, 내리막이 좋으세요?"
"오르막길이냐 내리막길이냐,는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건 네놈 마음의 짐이다. 저 뜨는 해를 보거라. 너는 뜨는 해가 좋으냐, 지는 해가 좋으냐?"
"......"
노스님이가 소년에게 되물었다. 순간, '나는 너에게 가르침을 줄 뿐 깨달음에 다달아야 하는 건 바로 네놈이다.' 라는 말에 소년은 아찔했고, 숨이 막혔다.
소년은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동편 하늘을 보았다. 뜨겁고 도도한 태양이 산등성이 위로 막 솟아 오르고 있었다. 그날의 일출은 소년의 마음에 찬양과 환희와 동경을 불러일으켰다.
희로애락애오욕, 모두 저 뜨는 해와 같이 너에게는 그저 손님일 뿐이다. 매일 매시간 찰나찰나 안이비설신(眼耳鼻舌身), 다섯 감각으로 새 손님(意)이 찾아올 것이다.
기대하지도 초대하지도 않아도 찾아오는 손님들.
색성향미촉법(色聲香味觸法) 그 모두를 환영하고 대접하거라. 비바람 폭풍우도, 뇌성벽력의 벼락이라도.
너를 거칠게 휩쓸고, 네가슴을 부수더라도, 극진히 대접하거라. 지나갈 것이다. 색성향미촉법(色聲香味觸法)에 머물지 않는다면, 업보를 씻게 될 것이다. 너의 스승이 될 것이다. 감사하거라. 기쁨이 될 것이다. 네놈을 피안의 언덕으로 안내할 것이다.
"그러니 똑바로 보거라. 그리고 똑바로 가거라."
노스님의 말씀에 소년은 황홀경에 빠졌다.
가슴으로 받아들여라. 저 하늘을, 저 하늘의 태양빛을. 그리고 너의 가슴속에서 찾아라. 저 산과 땅과 아침 햇살을 받은 강물을 가슴으로 흐르게 하여라. 그리고 그 가슴 속 고해의 풍랑 헤처나가 피안의 바다, 저 언덕에 올라서야지.
아..... 나는 그저 늙기만 했지, 한소식 하셨던 노스님 아래 있었으면서도 반소식도 못함에 고개를 한참 숙였다. 그 소년은 어디로 갔을까? 희미한 눈으로 겨우 고개 쳐들고 그저 이렇게 독수리타법으로 자판만 똑딱거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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