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초목이야기】고유종

홀로 길을 나섰지만 꿋꿋하게 잘 살아가는 병꽃나무

홍은기 온투게더 대표 승인 2024.01.31 09:00 의견 0
병꽃나무 Weigela subsessilis (Nakai) L. H. Bailey 병꽃나무과 병꽃나무속 낙엽 활엽 관목


병꽃나무가 1918년에 이름을 얻을 때는 꽃 모양 때문이었다. 꽃이 옛날 주막에서 막걸리 내오던 술병을 닮았다는 거다. 밑이 둥그스름한 술병인데 그렇게 보면 또 그럴싸하다. 지금 술병이라면 맥주병, 소주병부터 떠오르니 좀 다르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병꽃나무를 설명할 때 열매 모양을 닮았다고 말한다. 와인병, 사이다병에 가까우니 설득력이 생긴다. 길쭉하고 호리호리한 병 모양에 빗대어 병꽃나무라고 하면 이제 좀 수긍하는 편이다. 이름도 시류를 따르게 된다.

그런 병꽃나무 열매도 지금은 병 모양을 찾아볼 수 없다. 바나나 껍질 벗겨지듯이 갈라지면서 날개 달린 아주 작은 씨앗들은 다 날아가 버리고 없다. 그렇게 전국 방방곡곡 누비는 병꽃나무인데도 우리나라에서만 자라는 고유종이다.

고유종이라고 하면 보호 본능부터 발동시키게 된다. 한라산 구상나무가 그렇듯이 말이다. 이 점에서 병꽃나무는 굳세어라 금순아와 같다. 홀로 길을 나섰지만 꿋꿋하게 잘 살아가는 병꽃나무다. 병꽃나무 꽃말이 전설인 이유가 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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