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범 스님/원주 송정암 주지
승인
2024.05.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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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김도연
목련꽃
하얀 감탄사가 쏟아져
심장에 압착된다
가슴속에 가득했던 경이로운 별들이여
죽었다고 믿었던 것들과
살아있다고 생각했던 것 모두 착각이었으니
무덤에서 태어나
욕망으로 한 생을 이룬 꽃이여
이제 그만
물의 집으로 돌아가자
그동안 잊고 살았던 수많은 이름들이
생멸을 물어오기 전에
김도연: 2012년 『시사사』등단. 시집 『엄마를 베꼈다』가 있음.
# 세시 반이면 저절로 눈이 떠졌다. 깨어보니 한 시 반이었다. 아무래도 다시 잠을 청하긴 틀린 거 같았다. 구시렁거리며 부시시 몸을 일으켰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평안한 날들이었다. 그런데 얼굴을 찡그리다 씩 웃었다. 두 시간 잠을 더 잘 수도 있었는데.
어질어질했다. 순간 몸이 기우뚱했다. 눈앞이 깜깜해졌다. 진저리치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한동안 흐트러진 눈빛을 하고 있다 고개를 이리저리 몸을 비비 꼬꼬 난 이후에야 몸을 바로 세울 수 있었다. 미라처럼 비쩍 마른 얼굴로 바깥 등을 켰다. 문을 열고 나오니 훅 찬 바람이 불어왔다.
훅 숨을 들이켰다. 이슬에 젖고 비에 젖고 으으, 신음과 함께 몸을 비틀었다. 봄이라지만 산속이라 언제나 봄은 늦었다. 불안정한 걸음걸이로 어두운 새벽 허공을 노려보았다.
사방 어디나 어두웠다. 내 방 문설주에 달려있는 법당 등을 켰다. 법당을 둘러싸고 있던 어둠들이 화들짝 놀라 생멸의 숲으로 달아났다.
안개였다. 안개들이 사방에서 달려들고 있었다. 법당 계단으로 오르던 발걸음을 멈추었다. 하얀 목련꽃들은 지고 그 잎사귀들이 넓어져 가고 있었다.
......뜰 앞의 목련이라. 화엄의 꽃송이 송이들이다.
나도 그 욕망, 육상(六相)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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