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님의 눈썹이 하얬다.

한번 다녀가라 했다.

내과에 예약이 되어 시간 맞춰 가고 있는데

내 물건이 노스님에게 있다 했다.

꿈속의 허깨비에게 홀려 내속엔

나도 없고 노스님도 이미 없다 했더니

그래 놓고 미안해 했더니

막힌 곳이 장벽이 아니요

통한 곳이 허공이 아니라 했다.

그 말씀에 방향을 바꾸어 향하며,

두 시간 반 이 세상을 희롱하듯

허리에 복대를 차고 운전해서 갔다.

내 고기덩이 타버리면 뼈만 남을 기다,

하시며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나도 적은 금액이나마

오래 사시라는 바람이 든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색바랜 수미산 하안거 안거증이었다.

요양병원 직원에게 허락받고

짜장면에 탕수육을 사드리고 왔다.


이별하는 길에

야 혜범아. 적문이 오라 그러면 올까? 하는 거였다.

역시 노스님은 노년도 재밌고 슬기롭게 살고 계셨다.

노스님이 적문스님 누비 두루마기를 이십년 전에

뺏어 입으셨다는 거다.

이제와 고집과 자존심이 센 적문에게 누비두루마기를

돌려주겠다는 그 말씀에

웃음이 나왔다. '그런데 그 싸가지가 올까요?'하다가

안 오면 스님 머무시는 요양원 방 식구들

짜장면에 탕수육은 제가 쏠 게요, 했다.

그런데 뜬금없이 나의 사랑은 모두 첫사랑이었어, 하는데

그런데 서울보살이 안 오네, 죽었나?

그거까지 알아봐 줄 수는 없었다.

노스님은 적문이가 오나, 안 오나? 내기를 하신다 했다.

치킨을 시키면

소주를 물병에 넣어 배달해 준다는 너스레에 입맛을 쩝 다시는데

환자 등급에 따라

병실 밖 등나무 벤취 아래에선 보호자들이 싸온 음식이나

외식을 시켜 먹을 수도, 그럴 수 없다,고도 했다.

얼마나 답답했을까. 옹졸하고 편협했던 나의 날들

바닷가에 다다라 봉투 속의 하안거 안거증을 종이 비행기 만들어 날려 주었다.

요양병원에서 노스님은 회향을 하고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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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에서 노스님은 회향을 하고 계셨다.

회향(回向)은 자기가 지은 공덕을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거다. 회전취향(廻轉趣向)을 줄인 말인데. 산스크리트어로는 파리나마나(parinamana)라 한다. 그 뜻은 방향을 바꾸어 향하다, 되돌아보다는 뜻을 갖고 있다.

흔히들, 삼처(三處)회향이라 하는데 보리회향(菩提廻向), 중생회향(衆生廻向), 실제회향(實際廻向)의 세 가지로 분류한다.

보리회향은 자기가 지은 온갖 선법(善法)을 돌려 보리의 불과(佛果)를 얻는 것이요. 중생회향은 자기가 닦은 모든 선근과 공덕을 자비심을 다른 중생들에게 돌려 베푸는 것을 뜻한다. 실제회향은 자기가 닦은 선근공덕으로 무위적정(無爲寂靜)한 열반을 얻으려고 하는 것이다.

나도 아란야로 돌아와 허리에 찬 복대를 풀었다.

나도 허리에 찬 복대를 풀 날이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