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아침이었다.

일주일째 주룩주룩 비가 내린다. 연신 산중으로 재난문자가 온다. 장대비다. 폭염에 이어 이번에는 물난리다. 물폭탄을 쏟아붓는 듯 하다. 200년만의 폭우, 극한 호우다. 비가 와도 억수같이 온다.

도무지 잠을 들 수 없었다.

그때 똑똑. 내 방 어디선가 장판 위로 빗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뭐야? 6,70년대 어릴 적 루핑으로 지붕을 덮은 판잣집도 아닌데.

장마가 온다, 했을 때 시작은 마른 장마라 했다.

본격적으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면 올해는 곤히 지나갈 순 없겠군, 했다. 우리는 안다. 장마가 조용히 지나갈 때가 없었다. 올해도 장마가 올 줄 알았다. 고춧대 줄 매주고 탄저병 약도 뿌렸다.

그런데도 장마 때만 되면 산사태가 나고 강은 범람해 비 피해를 입곤 했다. 나름 준비는 했다. 쌀 10키로와 라면은 먹질 않으니 메밀국수와 하얀국수를 장만해 놓기도 했다. 고추와 상추, 푸성귀들은 텃밭에 있다.

불을 켜고 보니 천정 한 군데에 얼룩이 지고 빗물이 떨어진다. 그리 많이 새는 건 아니다. '이게 다 나의 죄와 복이지'하며 공양간에 가서 커다란 양푼 하나를 가지고 와 놓았다.

팅. 천정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가 빗물 떨어지는 소리가 날씬하다. 처음엔 재밌고 신기했다. 그러나 그때 돌풍과 함께 천둥 번개가 쳤다. 콰르릉 쾅. 그때 산중 어딘가로 낙뢰, 벼락이 떨어졌다. 또 어딘가는 정전이 되고 , 감전사로 위험하겠군, 하는데 그때, 문앞 처마 마루에 집이 있는 진도개, 보리가 문을 긁는다. 방문을 열어주니 보리가 방에 들어와 안긴다.


그렇게 시간이 갈수록 궁상맞아졌다.

하여 평상시 잘 켜지 않는 tv를 켰다. 발발 떨던 보리가 안정이 되었는지 한쪽 구석에 앉아 tv속 뉴스특보를 본다. 화면 속에는 둥둥 떠내려 가는 소도 닭도 보인다. 강물이 범람해 어느 집 지붕 위에서 무섭다고 울어대는 소의 울음소리가 귀를 찢는다.

예상치 못한 재난, 물난리였던가. 빗소리가 싫어 tv 볼륨을 높였다. 돼지들과 닭들이 순식간에 불어난 물에 잠겨 폐사한 장면이 나왔다. 보리가 고개를 돌린다. 끔찍한 그 장면을 외면하는 거였다.

우리는 물난리를 예측할 수 있었다. 급작스레 밀려 내려오는 토사의 산사태도. 그런데도 많은 비로 하천이나 강이 범람해 사람이 죽고 실종이 되고. 축구장 만팔천개 이상의 농경지가 침수되었다. 아무리 대비해도 무너지고 낙뢰, 벼락으로 불이 나 인명과 재산피해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

강풍으로 농경지의 하우스 비닐은 벗겨지고 농작물은 침수되고 피해를 입는 것이다. 집중호우 극한호우로 열차는 연장되고 운행이 중지된 곳도 많았다. 하늘길 뱃길도 마찬가지다. 수천명이 재난을 피해 임시 주거시설로 대피하게 된다는 사실도.

작년 산불에 이어 올해도 재난에 대해 피해 예방, 대처 방법은 없는가? 어쨌든 중생들의 생명과 안전, 인명 및 재산피해는 최소화되어야 한다.

그렇다.

우리는 나이가 들면 늙는 줄 안다. 그래도 열정을 갖고 살았는데 '어 내 방이 새네'할 줄은 몰랐다. 방 천정에 빗물이 떨어지는 걸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그렇게 마음을 담백하고 고요하게 가져보려 하지만 그게 잘 되지 않았다. 똑똑 떨어지는 빗물. 푸하하하, 우중의 아닌 밤중에 그만 나는 너털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우물쭈물 살다보니 나도 내 이럴 줄 몰랐다. 그러나 안다. 진흙탕물, 뻘흙에 뒤덮힌 오늘이 바로 이게 우리들 삶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