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다가 깼는데 그만 개구리 왕눈이가 되어 있었습니다.
폴짝폴짝 뛰었는데
개구리 소년, 하던 노래가 생각났습니다.
개구리 소년 개구리 소년
네가 울면 무지개 연못에 비가 온단다.
비바람 몰아쳐도 이겨내고 일곱번 넘어져도 일어나라.
울지 말고 일어나 피리를 불어라.
삘리리 개굴개굴 삘릴리리
삘리리 개굴개굴 삘릴리리
무지개 연못에 웃음꽃 핀다
삘릴리리 삘릴리 하며 무지개 연못을 벗어나 어디로 가고있는데
내가 언제 개구리가 되었지 하는데
아로미는? 했는데 아로미는 할머니 개구리가 되어
죽었다, 했습니다.
아로미가 있었으면 좋았는데, 하며 엉금엉금 기어 가는데
돌계단이 나왔습니다.
바람은 그렇게 휘 적막을 맴돌아 지나가고
아무도 오지 않는 폐사지에
새벽 안개가 산자락을 적시고 갔습니다.
쟁그랑거리는 풍경소리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계단은 왜 이리 높은 거야?
폴짝
돌계단 하나 밟고 올라가니 미륵불상이 보이고
돌계단 둘 올라가니 탑이 보이고
돌계단 셋 폴짝폴짝
겨우 올라가니 하늘이 보였습니다.
그때, 이상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돌부처. 돌탑들, 너희나 나나
이승의 하늘아래
똑같이 돌로 만들었는데,
왜 사람들은
나를 밟고 다니고,
너희들에게는 두 손 모으고
허리를 굽혀 절을 하는 거야?"
돌계단이
돌탑과 돌부처에게 말하는 거였습니다.
나는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어라. 돌계단이 말을 하네.
그러자 돌부처가 이렇게 답했습니다.
"너는 우리가 그동안 돌탑이 되고 돌부처가 되기까지
얼마나 수없이
정을 맞은 줄 모르니 너는?"
돌부처의 말에 갑자기 고요하고 평화로워졌습니다.
돌탑 뒤로 푸른 산이 다가서고
하늘에는 흰 구름이 막 떠나려 하고 있었습니다.
너는 그런데 이승의 번뇌와 윤회를 벗어나
언제 저 흰구름으로 떠나갈 건데?
계단이 높아 계단을 내려오다
떼구르르 구르는 나를 보고 돌계단이 말했습니다.
꿈이지만 육신을 벗어나긴 했는데
개구리 왕눈이 되었고 아로미 보살은? 하는데
젠장 꿈이나 생시나 생사가 없는 곳이 없네
아직도 오고 감, 생사를 벗어나지 못하다니, 하며
삘릴리리 삘리리
삘릴리리
삘리리 하며 꿈에서 깨어났습니다.
으으으으, 내 허리, 내 도가니.
꼭 꿈에서 깨어나지 않아도 되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