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소설이 당선되어 첫 소설집 『고래의 맛』을 선보였고 2018년 경남소설 제1회 작가상을 받았으며, 장편소설 『유니폼』으로 2019년 문학나눔 우수도서에 선정되었던 박영희 작가가 마장동 우시장 전설의 발골사 이야기를 펼쳐놓은 장편소설 『사바끼』를 출간했다.

‘사바끼’는 소나 돼지 등 식육동물의 몸을 부위별로 정확하게 분할, 골발, 정형하는 발골사나 제골사를 가리키는 일본말이다. 모든 시대는 그 시대만의 직업이 필요하다. MZ세대인 주인공 혁은 지금 발골사가 되고자 한다. ‘청년 백수 120만시대에 일반인들이 외면하는 직업에서도 얼마든지 자신의 꽃을 피울 수 있다’는 확신에서 소설이 시작한다.

박영희 작가는 2008년에 경남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문에 「사바끼」로 등단했다. 서울 마장동 우시장에서 활약한 전설의 칼잡이 ‘발골사’에 대한 이야기이다.


2008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소설 심사를 맡았던 김춘복 소설가와 구모룡 문학평론가는 “「사바끼」는 소와 돼지 고기의 살을 가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삶의 진수를 헤집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주인공의 예리하고 날카로운 시선의 뒤편에 서 있는 작가의 번득이는 통찰의 눈빛을 느끼게 한다. 서술 능력에서는 물론이고 앞으로의 가능성까지 예견한 것이다”라는 심사평을 남겼다.

세월이 흘러 박영희 작가의 작품을 인상 깊게 읽고 있다는 이명행 소설가가 등단작 「사바끼」가 지닌 이야기는 충분히 장편소설로 써도 되는데 왜 쓰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 당시는 전혀 생각도 하지 않았기에 얼떨결에 앞으로 쓸 수 있으면 쓰겠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그때는 “열심히 글을 쓰는 작가가 아니고 오히려 베짱이 쪽에 가까운 사람”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다가 몇 해 전 일이다. “건강에 적신호가 들어온 것을 우연히 발견했다. 사람 일은 한 치 앞도 모른다더니 나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온갖 상상과 두려움이 밀려드는 순간, 희한하게도 미뤄두기만 했던, 꼭 써야 할 소설들이 불현듯이 떠올랐다. 망설이지 않고 첫 문장을 썼다. 오래 전 소설 속에서 만났던 늙은 발골사는 따뜻하게 나를 맞아주었다”며 “지루한 치료의 과정을 이 소설을 쓰며 견뎠다.

그렇게 발골사의 칼끝을 따라가다보니 내 아픔도 발골된 듯, 다시 산뜻해질 수 있었다. 내겐 고통과 함께 찾아온 시절인연 같은 작품이다. 분명 삶이 보내는 따끔한 경고가 없었더라면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아픈 만큼 성숙한다더니 이 나이에도 해당되는 말이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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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희
경주에서 태어났다. 2008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소설이 당선되었다. 첫 소설집 『고래의 맛』, 장편소설 『유니폼』을 썼다. 2018년 경남소설 제1회 작가상을 받았다. 장편소설 『유니폼』은 2019년 문학나눔 우수도서에 선정되었고, 2021년 창원의 책 후보도서로 추천되었다.

■ 도서출판 북인 펴냄 / 값 13,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