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 앰뷸런스는 새벽 두 시 어둠을 가로질러 병원으로 내달렸다.

"어디가 좋을까요?"

구급대원이 물었다.

"s병원에 제 진료기록들이 있어요."

내가 머무는 지역에 응급실이 있는 종합병원은 세 곳이었다. 원주의료원, y대 부속 원주기독병원. 그리고 s병원이었다.

"누우셔도 돼요."

못 이기는 척 하고 누웠다. 만감이 교차했다.

이산저산 산 나그네로 십 년, 선방 문고리를 잡고 앉았다. 맷돌처럼 절구통처럼 결가부좌 천리 길을 달려왔건만 철렁 가슴이 내려 앉았다.

"무엇이 그 송장을 끌고 왔는고?"

대답하지 못했다. 십 년 선방에 앉아있었건만.

"바로 지금이다. 다시 다른 시절은 없다."

"......"

"산하대지 일월성신 삼라만상 두두물물 진진찰찰(塵塵刹刹)이 다 네 안에 들어 있다고."

망팔(望八)의 노사(老師)가 단호히 말했다.

앰뷸런스가 데꾸바꾸, 고속방지턱을 넘을 때마다 몸이 덜컹거렸다. 창밖을 내다보고 싶었지만 고통이 십 이라면 삼 정도 되는 통증에 그냥 누운 채 눈만 씀벅거릴 뿐이었다. 시골길이라 자꾸만 덜컹거렸다. 나는 이미 통증이 팔 정도 되는 고통도 경험한 적이 있었다. 그때 문득, 노사에 이어 희랍인 조르바를 떠올렸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나는 자유다.> 무모두(無毛頭), 입산 승려로 희랍인 조르바처럼 삶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유롭게 춤추듯 살았던가. 깨달음, 자유, 해방을 바랬던가. 붓다랑 꿈꿨다. 놀았다. 두 팔을 벌리고 바보처럼 춤췄다.


으실으실 추웠다. 몸이 떨려왔다. 입 안에는 혓바늘이 돋아나 있었고 밤송이 같은 머리는 희었으며 깊게 패인 주름살은 깊었고 눈은 짓물렀는데 누가 틀딱이 아니랄까봐 틀니가 자연스레 딱딱거려졌다.

"괜찮으세요?"

"....."

구급대원을 무심히 올려다보았다. 친절했고 상냥했으며 다정한 미소를 띄고 내려다보고 있었다. 거기에 비해 나는 무표정했고 찡그렸으며 아프다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몸을 뒤채고 있었다. 온몸을 스멀거리며 돌아다니던 체열이 얼굴로 올라왔다.

단편소설 속의 그녀를 만난 건 천방지축일 때였다. 노사가 저녁 예불을 마치고 '가자'해서 읍내 마을의 방앗간을 찾았다.

"내일부터 이 아이 등하교시 가방을 좀 들어줘라."

방앗간집 서노인은 내게 그렇게 말했다. 방앗간집 서노인과 노사는 어릴적부터 같이 자란 친구였다.

"쬐끄만 게 무슨 암이냐?"

"혈액암이래."

무슨 종류의 암이냐고 물은 게 아니었다.

"이름이 뭐야?"

"희주, 서희주."

한 학년 아래인 5학년이었는데 그녀가 울먹이듯 말했다.

건네주는 가방을 받다 그녀를 바라보고 한동안 섰다.

"가자."

쌍가풀이 졌고 눈이 컸다. 손톱에 낀 때도 없었고 이제까지 읍 면 리에서 보던 여자애들과 달랐다. 머리를 양갈래로 길게 따고 있었는데 백랍같이 흰 얼굴을 한 채 꽃 모양 무늬가 박힌 원피스를 입고 있었고 밤색 구두를 신고 있었다. 다들 어깨에 책보를 맸는데 가방을 메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