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광수의 문화누리】 할리우드가 한국계 이민자를 주인공으로 소화하는 방식은?
오광수 문화기획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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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2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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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넷플릭스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더 체어>는 한국계 배우 산드라 오가 원톱으로 주연을 맡았다. 미국 명문대 영문학과장이 된 한국계 여교수의 고군분투를 그린 시리즈물이다.
가상의 미국 명문대학 김지윤 교수는 영문학과 최초의 여성이자 유색인종 학과장을 맡게 된다. 그러나 김지윤 교수가 맡은 영문과는 인문학의 위기와 맞물려서 구조조정의 위기에 놓여있다. 김지윤은 노교수들을 퇴출하라는 학교의 압박과 이를 온몸으로 거부하는 교수들 사이에 끼어서 하루도 편안한 날이 없다. 또 40대 싱글맘인 지윤은 입양한 멕시코계 딸 주희, 연로한 아버지를 부양해야 하는 책임도 있다. 전 학과장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동료 교수 빌 돕슨(제이 듀플라스)과 '썸'을 타는 사이지만 자유분방한 사고의 그가 저지르는 사고도 수습해야 한다.
이러한 스토리를 토대로 드라마는 미국 사회 소수인종의 문제, 세대차이, 페미니즘 논쟁, 몰락하는 인문학의 위기 등 다양한 문제를 소화한다. <레이 아나토미>로 배우로서의 입자를 굳힌 산드라 오는 이 시리즈물의 공동 프로듀서로도 활약하면서 인상 깊은 연기를 펼친다.
백인사회에서 제작된 시리즈물 드라마에서 한국계 이민자를 다룬 드라마로는 <김씨네 편의점>도 있다. <김씨네 편의점>은 최근 시즌5가 넷플릭스에 공개됐다. 캐나다 국영방송 CBC에서 제작된 이 시트콤은 캐나다 토론토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국계 이민자 가족이 주인공이다. 아시아계 이민자들을 서구사회의 이웃으로 묘사하면서 유쾌한 웃음을 끌어낸 코믹시트콤이다. 2016년 첫 방영 이후 시즌제 드라마로서 입지를 다졌으며 시즌5로 종영된다.
한국계 이민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영화는 <미나리>다.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주인공 윤여정이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이 영화의 감독도 한국계 이민자 가정에서 자란 정이삭 감독이다. 1980년대에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에 이민을 간 1세대 한국계 미국인의 고난, 그 속에서 피어나는 가족애를 그렸다. 특히 윤여정은 외할머니 순자 역할을 맡아 열연, 많은 영화제에서 여우조연상을 휩쓸었다.
이처럼 최근 강세를 보이는 한국계 미국인 이민자를 주인공으로 하는 시리즈나 영화에서 두드러지는 건 한국인 혹은 동양인의 위상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 할리우드 영화에서 한국인이나 중국인 등 동양계는 암흑가 칼잡이나 동네 슈퍼마켓을 점원이기 일쑤였다.
그러나 <더 체어>에서 보듯 한국계 미국인의 삶은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묘사된다. 드라마에서 한국계 가족들이 모여서 갖는 돌찬치에서 돌잡이를 하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서구인들과 달리 한국인들의 가족을 먼저 생각하는 혈연에 대한 희생과 사랑도 외국인들이 높이 사는 덕목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여전히 백인우월주의가 드라마 곳곳에서 드러난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김씨네 편의점>에 출연했던 영미 역을 맡은 진 윤(한국명 윤진희)은 성차별·인종차별적 묘사가 적지 않다고 털어놨다. 그녀는 "한국 남자들이 가부장적이라는 묘사 등 치별적인 시나리오에 대해 항의한 적이 많았다"고 말했다.
여하튼 할리우드나 외국에서 만들어지는 영화나 드라마에 한국계 이민자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한국계 배우들이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건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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