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도덕경】 내 인생의 주인으로 살고 싶은 당신에게

김규철 서원대학교 교수 승인 2022.06.07 09:00 | 최종 수정 2022.06.07 14:22 의견 0

노자 초상

도덕경 연재를 시작하면서

노자는 어떤 지혜를 말하고 있을까요?

도덕경은 1장에서 도(道)로 시작해서 81장 마지막에 부쟁(不爭)으로 끝납니다. 그렇게 보면 도는 부쟁입니다. 다투지 않는 것입니다. 도덕경의 핵심도 다투지 않는 것입니다. 다투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을 낮추어 겸손하면 됩니다. 잘났다고 뻐기지 않으면 됩니다. 역지사지로 배려하면 됩니다. 양보하면 됩니다. 어느 한쪽을 편들지 않으면 됩니다. 경솔하거나 조급하지 않으면 됩니다. 신중하면 됩니다. 억지 부리지 않고, 욕심 부리지 않으면 됩니다. 알량한 지식으로 남을 속이는 삿된 지혜를 자랑하지 않으면 됩니다. 또한 잔꾀도 부리지 않으면 됩니다. 그러면 어찌해야 하는가요? 부드럽고 유연하면 됩니다. 억지 부려 건너뛰려 하지 말고 차근차근 순리에 따르는 것입니다. 순리대로 한다는 것은 자연스럽게 하는 것입니다. 시쳇말로 상식에 맞게 하면 됩니다.

노자는 무위(無爲)하라고 말합니다.

사람들은 무위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무위는 가능한가요? 무위가 무엇인가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아닙니다. 무위는 자연의 순리대로 하는 것입니다. 상식대로 하는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 성장하고, 장성하고, 늙어 죽습니다. 인간의 생로병사는 자연의 순리를 따릅니다. 순리를 따르는 것은 무위이고, 순리를 따르지 않거나 거스르는 것은 대체로 유위(有爲)입니다. 그러나 무위하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인간이니까요.

가능하지 않은 것을 억지로 하고자 하는 것은 유위입니다.

인간은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존재입니다. 인간에게 의지가 없다면 인간이 아닙니다. 그러니 인간의 의지는 당연한 순리입니다. 욕심도 마찬가지입니다. 욕심이 없다면 인간이 아닙니다. 그러니 욕심도 순리입니다. 하고자 하는 의지도, 욕심도 모두 순리이고 도입니다. 인간에게 의지와 욕심은 피할 수 없는 유위입니다. 단 인간의 유위는 그 때와 장소에 맞게 자연스럽게 처신하면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면 인간의 유위도 순리가 되고 도가 됩니다. 문제는 순리를 벗어난 과한 의지, 과한 욕심을 부리기 시작할 때입니다. 그때부터 인간사 모든 문제가 발생합니다. 원치 않는 다툼의 씨앗이 됩니다.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것이 무위이고, 무위는 도입니다.

도에는 여러 가지 도가 있습니다. 각각의 도는 때와 장소 그리고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성인의 도가 있고, 군자의 도, 선비의 도, 스승의 도, 제자의 도, 장사꾼의 도, 신하의 도, 아버지, 어머니, 형제, 자매, 수많은 처지마다의 도가 있습니다. 의지도 욕심도 각각의 도가 있습니다. 의지와 욕심은 인간에게 부여된 삶의 도입니다. 곧 그 여러 가지 도를 각각의 순리대로 지켜가는 것이 노자가 말하는 무위하는 도입니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도는 ‘나의 도’입니다. 내 인생의 주인으로 살아가기 위해서입니다.

사람의 도에도 각각의 분수가 있다고 상정해봅시다.

각자가 자기의 분수에 맞게 살면 문제가 없습니다. 매슬로우 욕구5단계를 5단계의 분수라고 상정하여 생각해보지요. 1단계(생리), 2단계(안전), 3단계(사회), 4단계(존경), 5단계(자아실현)처럼 말입니다. 어떤 사람은 1단계로 충분한 사람이 있고, 어떤 사람은 5단계까지 올라가야 되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2단계에 머물러야 행복한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4단계까지 올라가야 행복해지는 사람도 있습니다. 만약 3단계에 머물러야 하는 사람이 5단계를 꿈꾸게 되면 평생 허덕이는 삶을 살게 됩니다. 행복하지 않습니다. 또 5단계의 사람이 3단계에 머물러 산다면 평생 모든 일이 시시해집니다. 무엇을 해도 성취감을 얻지 못하니 만족하는 삶을 살지 못하고 맨날 세상을 탓하는 삶을 살게 됩니다.

여기서 말하는 도의 등급에서 1단계는 나쁘고 5단계는 좋은 것이 아닙니다.

높고 낮은 것도 아닙니다. 1~5단계 모두 같은 다른 영역(분수)으로 산정한 것뿐입니다. 사람마다 그릇의 크기는 다릅니다. 그릇이 크다고 좋은 것도 아니고 작다고 나쁜 것도 아닙니다. 자신에게 맞는 그릇의 크기가 있다는 말입니다. 자신의 그릇의 크기를 알지 못하고 벗어나려 할 때 스트레스가 쌓이게 됩니다. 자기 그릇에 미치지 못해도 스트레스가 쌓이고, 자기 그릇에 넘쳐도 스트레스가 쌓입니다. 그것도 순리입니다. 자기 그릇이 술병일수도 있고, 술잔일 수도 있습니다. 남에게 베풀고 살아야 할 술병인 사람이 맨날 남에게 얻어먹는 술잔으로 살게 되면 매사가 재미없습니다. 물론 술잔인 사람이 술병으로 살려하면 피곤해집니다. 괴롭습니다. 역시 행복하지 못합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 그릇의 크기를 모르거나 성질을 잘못 알고 있기 때문에 오해와 분란이 시작되어 만족하는 삶을 살지 못하고 행복하지 않은 삶을 삽니다. 분수를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결국 한평생 허상을 쫒다가 인생을 마감하면서 후회하게 됩니다. 어쩌면 후회하며 사는 인생도 순리일지도 모릅니다. 후회 없는 인생이 어찌 인생이겠습니까? 후회하는 것도 인간의 도의 일부일지도 모릅니다.

노자는 지식 또는 지혜를 특히 경계합니다.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배움이 필요합니다. 그 배움은 어제의 일을 기본으로 합니다. 어제의 일을 오늘 배우는 것은 오늘을 잘 살기 위해서고, 또 내일을 준비하기 위함입니다. 살아보니, 많이 아는 것은 좋은 인생을 사는 데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닌 듯싶습니다. 물론 아는 것은 중요하지만 아는 것으로 끝나면 인생에 별 도움이 되지 않더라는 말입니다. 만약 많이 아는 것을 최고로 친다면, 인터넷이 최고라는 말도 틀리지 않습니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세상 모든 지식들이 다 들어있습니다. 그것을 다 알 수도 없지만, 다 안다한들 나의 삶에 적용하지 않는다면 모르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러므로 배우는 것은 오늘을 사는 데 쓸모가 있어야 합니다. 물리적 만족을 위해서든 정신적 만족을 위해서든. 만약 오늘 나의 삶을 살아가는 데 별 도움이 안 된다면 배움이, 지식이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배운 것을 과한 의지, 과한 욕심을 채우는 데 사용한다면 인생이 망가집니다.

특히 지식 또는 지혜를 삿되게 사용하는 경우입니다. 삿되다는 것이 무엇입니까? 보기에 하는 행동이 바르지 못하고 나쁜 것입니다. 노자가 경계한 지혜입니다.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 제명대로 살지 못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스트레스 받으며 삽니다. 어쩌다가 간혹 스트레스 없이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도를 아는 사람입니다. 순리를 아는 사람이고, 순리대로 사는 사람입니다. 분수를 아는 사람입니다. 어쩌면 인간은 현실에서는 욕심 때문에 순리를 벗어나려고 애를 쓰고, 현실을 벗어나면 욕심 버리고 순리대로 살고 싶다고 상상하는 동물일지도 모릅니다. 우선 눈앞에 먹기 좋은 떡이 있으니 덜컥 챙겨서 먹어버리고, 나중에야 과식한 배를 움켜쥐고 아프다며 나 살려달라고 아우성치며 사는 것이 인간의 삶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번민하고, 후회하며 삽니다.

지난 인류 역사이래 수많은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 중에 우리가 성인이라고 부르는 사람, 즉 도를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되는가요? 몇 없습니다. 그러니 도를 아는 사람은 예외적인 인물입니다. 고로 굳이 성인이 되려고 욕심낼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적당히 성인 흉내만 내는 것으로도 충분합니다. 성인 흉내만 낸다는 뜻은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하고, 할 수 없는 일은 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분수에 맞게 산다는 말입니다, 과한 욕심이 아닌 적당히 욕심 부리며 사는 것은 나쁘지 않습니다. 굳이 예외적인 인물이 되고자 억지 부리지 않고, 평범한 사람으로 자신의 분수에 맞게 깜냥대로 살면 됩니다. 괜히 남과 비교하는 과정 속에서 다툼이 일어나고, 다투게 되면 삶이 험악해집니다. 결국 나의 삶은 별 볼 일없어지고 괴로워집니다. 하긴 분수에 맞게 사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긴 합니다. 그래도 상식에 맞게 살고, 분수에 맞게 살면 무엇보다 내가 행복할 수 있습니다.

자, 그럼 욕심 부리지 말고, 가벼운 마음으로, 하루 1장씩 차근차근 읽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글쓴이>

김규철 / 서원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

hohoqc@naver.com

총니(丛妮) / 서원대학교 국제학부 조교수

nini58323@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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