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문 주간
승인
2022.08.11 09:00
의견
0
배가 아프다고 해도, 머리가 아프다고 해도 어머니는 자꾸만 ‘안티푸라민’을 내주셨다. 어머니가 이 ‘만병통치약’의 효험을 무조건 믿으셨듯이, 나 역시 세상 그 누구보다 어머니를 신뢰하였으므로 당연히 ‘안티푸라민’은 내 복통이거나, 두통이거나 가리지 않고 씻어내 주었다. 야근에 시달리던 누님도, 수험생 형도 그렇게 효험 깊은 ‘안티푸라민’으로 졸음을 쫓아내곤 했다. 그러나 신화는 사라졌다. 험한 세상 끝에서 온갖 잡통에 시달리며 사는 나는, 이제 녹슨 약통 뚜껑을 열어보며 그토록 ‘빠르고도 부드러웠던’ 진통의 기억을 마냥 그리워할 뿐.
저작권자 ⓒ 고양파주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