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문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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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25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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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부채는 늘 다른 사람을 향해 있었다. 단지 무더위 때문만은 아닌 무기력으로 지쳐있던 아버지에게이거나, 몇 년째 욕창으로 누워계신 할머니에게, 잠든 우리들 곁에서는 파리나 모기 따위를 쫓기 위해, 그렇듯 하염없이 부채질을 해대는 것이었다. 하다못해 부엌에 쪼그리고 앉아 아궁이의 불씨를 지필 때에도 매운 눈물과 땀으로 범벅이 된 당신을 향해서는 바람 한번 주는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그때 어머니가 베풀어주신 노고에 대한 부채(負債)는 까마득히 잊은 채 선풍기보다도, 에어컨보다도 더 선선했던 그 바람만을 못내 아쉬워 할 따름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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