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동업의 일상통신】 한해를 매듭짓고 새해로 건너가는 세 가지 의식

_달력과 다이어리 그리고 노란 종이

원동업 <성수동쓰다> 편집장 승인 2022.12.30 12:04 의견 0

새해를 건너갈 때 해야하는 일들이 있다. 어떤 일들은 그저 새해를 위한 의식이고, 어떤 것은 제대로 한 해의 매듭을 짓고, 새해의 실마리를 찾는 일도 있다. 내가 매해 연말마다 하는 일들은 이러하다.

1. 달력을 준비하고, 새것으로 간다.

우리 집에 걸리는 달력중 큰 것들은 아내가 매년 송년모임을 갔다가 오면서 가져오는 것들이다. 하나는 광*사의 달력이다. 보안인쇄로는 조폐공사 다음으로 잘 한다는(실은 그보다 나은 것 아니야? 한다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곳이다. 워낙 멋진 달력이라 매해 달력을 인쇄해 나누는데, 매번 어마어마한 경쟁이 생긴단다. 이 달력을 받아들면 새 해가 시작이구나, 한 해가 가는구나를 실감하게 된다.

또 하나는 모 자동차 회사 달력이다. 아마도 고객 관리 차원에서 달력을 매해 주는 모양이다. 차를 매해 사지는 않겠지만, 고객으로 접촉을 유지하고 있어야 다음 판매가 이어지는 법이니까. 여러 달력이 있지만, 이 달력을 선호하는 이유는 3개의 달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달을 기준으로 다음 달과 전달의 달력들. 큼지막한 글씨라 멀리서도 쉽게 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나는 주로 책방이나, 기타 도서관 등에서 얻거나 혹은 가끔 사기도 한다. 혹은 주변의 이웃들이 전달해주는 탁상용 달력이다. 이중 하나는 선택되어 식탁 옆에 놓인다. 가족들의 일상은 여기에 체크된다. 우리 가족의 한해를 돌아보려면 이 달력을 들추어보면 된다. 나의 코로나백신 접종일 같은 것도, 우리가족이 여름 휴가를 다녀온 것도, 각자의 플랜이었던 일정도 여기엔 과거로 남아있다.

2. 다이어리를 새것으로 준비한다.

나는 2021년까지는 약 20여년 간 플**린 플래너를 사서 썼다. 다이어리란 있던 일을 쓰는 것이 아니라, 있어야 할 일을 쓰는 것이란 '플래너' 개념의 다이어리라 마음에 들었다. 중간에 큰 것도 써보고, 매일매일 바꾸어 쓰는 것도 써보았지만, 나로서는 대략 11센티*18센티 크기의 이것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쭈욱 써왔다.


그런데 2022년 다이어리는 양지 것으로 바꾸었다. 프**린 다이어리로부터 배신감을 느낀 때문이었다. 나는 그곳의 여러 시스템들이 마음에 들었었지만, 그 중 매일마다 적혀 있는 명언 명구들을 읽는 재미랄까 의미를 소중히 하고 있었다. 그것은 우리가 현재 쓰는 달력의 시스템을 고안하고 인쇄해서 사업화한 프랭클린의 정신을 이어받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는 달력에 명구를 새기고, 그것을 자신의 삶에도 적용한 이였더랬다. 그런데 그게 그 다이어리에서 2022년에 사라진 걸 발견했다. 번거로워서? 이젠 세상에 더 이상 전달한 말씀이 없어서? 무엇이 됐건 이에 대해 응답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안물안궁이겠지만)

3. 한해를 좋은 것과 아쉬운 것을 나누는 노란 종이

보통은 이 노란 종이를 사용한다. 지금 제목을 보니, 클립스노트다. 메이드 인 인도네시아. 부욱 찢어서 나눠 가질 수 있고, 줄이 쳐져 있어서 글을 적기에도 적당하다. 우리 가족은 이 종이를 각자 나눠 가진 후 그것을 세로로 반을 접는다. 그리고는 왼편에는 올해, 오른편에는 다음해를 적는다. 올해는 좌측에 2022를, 우측에 2023이 되겠다.

그리고 다시 가로로 반을 다시 접는다. 위에는 좋았던 것 Good과 아래 아쉬웠던 것 Sorry를 각각 적은 다음 써내려간다. 생각나는 대로 몇 가지를 적고 난 다음,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한 해 저 사람이 어떻게 살았는가를 알게 된다. 물론 그건 그 사람이 먼저 쓰면서 알게되는 것이다. 수없이 많은 일들이 있겠지만, 그 중 굵직한 것들은 포섭된다.

다음 오른편에 그래서 올해는 어떻게 할 것인지를 다시 적는다. 잘 한 일은 더 지속하기로 하고, 아쉬웠던 일은 좀 지양하기로 한다. 이렇게 하면 대략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로 나아갈 길을 조금이나마 알게 된다. 매듭을 짓고 실마리를 얻는 일이 아닐까 싶다. 올해는 차근차근 달력과 다이어리들을 꼼꼼히 살펴야지 하게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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